[프로농구] 이버츠, '물 만난 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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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에릭 이버츠(LG.사진)를 더 이상 "비운의 선수" 로 부르지 않는다.

이버츠는 프로농구 원년 평균 득점 1위를 차지해 당시 국내에 처음 선보였던 외국인 선수 중 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정확한 슛과 두뇌 플레이에 유일한 백인 선수로서 희소성도 한몫 했다.

그러나 당시 소속팀 나산(현 골드뱅크)은 하위권에 처진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버츠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나산은 트라이 아웃을 앞두고 "우리가 버린 선수가 다른 팀에서 잘하면 우리 꼴이 뭐가 되느냐. 이버츠를 뽑지 말아달라" 고 호소했다. 이버츠는 이후 두 시즌 국내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가 꼭 필요한 선수였다면 다른 팀들이 나산의 호소를 거부했겠지만 이버츠에겐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1m98㎝인 이버츠는 장.단신 구분을 둔 선발제도에서 장신 그룹에 묶였고 센터로서는 골밑 파워가 약했다.

이버츠는 지난 시즌 골드뱅크에 지명돼 득점왕에 오를 만큼 맹활약했지만 팀 성적이 또 나빠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이버츠는 우승을 노리는 팀에는 적절하지 않은 선수" 로 결론내렸다.

그래서인지 '우선'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LG가 지명했다.

그러나 외국선수 장.단신 신장 제한이 없어지면서 이버츠는 가장 활용 가치가 높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이버츠가 신장 2m인 센터와 함께 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LG가 새로 영입한 노련한 대릴 푸르와의 조합이라면 우승 가능성도 열린다.

이버츠는 올시즌 어시스트 부문을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0위 이내에 랭크돼 있다.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제이슨 윌리포드나 조니 맥도웰도 이렇게 많은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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