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이 개혁·개방으로 나간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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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을 방문했던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상하이(上海) 쇼크가 엄청난 것 같다.

그는 그것을 "상하이가 천지개벽됐다" 고 표현했다.

金위원장의 여러 표현들로 미뤄볼 때 북한은 경제력 건설의 모델을 중국식 개혁.개방에서 찾은 것으로 보이며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도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한 것 같다.

북.중 관계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권을 이루게 됐다.

따라서 올해는 金위원장의 개방.개혁 '신사고' 가 남북관계를 비롯해 대미.대일관계 등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金위원장의 상하이 개방 학습은 연초 신사고를 강조했던 때부터 작심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설령 중국식 개방정책을 받아들이려 해도 북한 내부에서 먼저 시장경제 도입을 위한 많은 준비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중국과 같은 광대한 시장도, 제도적.물리적 인프라도 준비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국제적인 투자유치를 하기에 앞서 미국의 테러국 지정에서 해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먼저 대미관계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대량파괴무기 개발 중단 선언과 같은 적극적인 평화 제스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북.미 관계개선에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중개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함으로써 투자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각종 교섭에서도 국제적 스탠더드를 받아들여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식' 억지나 경제외적인 황당한 요구보다 경쟁력을 갖도록 노임을 낮춰주거나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는 신사고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진정으로 본격 추진한다면 내부적으로 세대교체를 비롯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토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개혁.개방이 연착륙할 수 있게끔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보다 더 폭넓은 이해와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미국 신정부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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