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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미션투 셰프-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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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이상학(CJ 푸드빌) 셰프
송어에 청양고추 양념, 양식에 한식 악센트

전·적·채·쌈·찬·장·국·찜·조림…. 우리 고유의 조리 방법으로 한식의 특징을 살린 메뉴를 만들고 싶다. 비빔밥·불고기 같은 구체적인 음식이 그대로 세계화되기는 힘들다. 어떤 나라 음식이든 자국의 방식 그대로 외국에 나가는 일은 드물다. 정체성은 살리되 새로운 한식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실제로 음식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집안에 따라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정통이란 이름으로 묶어둬선 안 된다. 과거 호텔 근무 당시 미국 LA에서 유명한 김치 장인을 데려 와 시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김치에 젓갈 대신 피시 소스를 썼고, 양념에 과일을 넣는 등 완전히 새로운 김치를 내놓았다. 그런데 그건 분명 김치였다. ‘음식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하는 것을 경험한 사건이었다.

‘양식의 틀에 한식 악센트’. 이번 고안한 한식 코스 요리의 컨셉트다. ‘지금 당장 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팔아도 손색이 없는 요리를 내놓자’는 생각으로 구성했다. 송어에 청양고추 양념을, 채소엔 홍시즙 소스로 액센트를 줬다. 한지에 싸서 천일염에 재운 한우와 파 채를 메인으로 냈다.디저트는 계란 흰자와 막걸리 앙금으로 만든 머랭에 제주산 한라봉으로 만든 젤로를 넣었다.

애피타이저|매콤한 송어 말이를 얹은 산나물 채와 홍시즙

만드는 법 송어 포를 청양고추를 섞은 샴페인 비니거에 절인다. 홍시즙 드레싱으로 버무린 채소를 송어포로 만다.

메인|천일염에 절인 횡성 한우 파전과 간장 -그레이비 소스

만드는 법 1 횡성한우 치맛살을 한지로 싸서 천일염을 덮어 하루를 재운다. 2 달군 팬에 한우를 올린 후 그 위에 쪽파를 올리고 감자전분 반죽을 뿌려 고기와 함께 익혀준다. 3 고기를 편으로 썰어 양념한 실파를 올리고 대파 겉절이를 곁들여 낸다.

디저트|제주 한라봉 젤로와 막걸리 머랭

만드는 법 1 한라봉은 살을 발라내 꿀에 졸이고 호박씨와 함께 섞어 젤리를 만든다. 2 계란 흰자를 막걸리의 앙금과 섞어 머랭으로 만들고 접시에 링 모양으로 내서 담은 후 굳힌다. 3 굳은 머랭의 가운데 부분에 한라봉 젤로를 담는다.

김종민(JW 메리어트호텔 서울) 셰프
연어 해물파전, 외국인도 쉽게 손 가죠

한식과 양식의 교집합을 찾아내야 한다. 음식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하는 요리들이 있다. 외국인들도 어디선가 본 듯한 요리부터 접근하는 것이 한식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과감히 비트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식을 디자인하기 위해 일단은 한식과 비슷한 외국요리를 응용하는 단계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그런 음식으로 해물파전이 있다. 해물파전은 애피타이저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해물과 밀가루 반죽을 베이스로 하는 해물파전은 외국인들도 쉽게 손을 대는 음식이다. 해물파전을 외국에서 흔히 애피타이저로 즐기는 빌리니(Billini) 스타일로 만들어봤다. 빌리니는 얇게 부친 밀가루 전 위에 캐비아와 연어를 올려 먹는 핑거푸드다. 밀가루 전 대신 해물파전을 올리브 오일에 부쳐 낸다. 파전 반죽을 물 대신 우유로 해서 부드럽게 하고 명란젓과 연어, 샐러드를 곁들이면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된다. 실제로 이 요리는 지난해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참가한 파티에 애피타이저로 제공됐다. 빌리니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명란젓을 얹은 연어 해물파전

●재료 해물파전
홍합 10g, 모시조개 10g, 새우 10g, 실파 20g, 영양부추 10g, 밀가루 50g, 계란 노른자 1개, 우유 80mL, 올리브오일 10mL, 솔트 페퍼 약간

샐러드 아스파라거스 10g, 여러 종류의 새싹 야채 20g

가니슈 명란젓 10g, 케이퍼 1개, 홍고추 소스 5mL

간장 비니그레트 소스 몽고간장 15mL, 올리브 오일 15mL, 사과식초 10mL, 노란 피망과 빨간 피망 각 5g씩

●만드는 법 1 파전의 재료를 잘 섞는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①을 구운 색이 나게 부친다. 3 채소를 섞고 간장 비니그레트 소스를 골고루 뿌려 샐러드를 만든다. 4 파전과 샐러드를 접시 위에 올리고 명란젓과 케이퍼, 홍고추 소스로 장식한다.

송용욱(르코르동블루-숙명 아카데미) 셰프
라비올리에 삼계탕 속, 건강 그리고 즐거움

스테이크에 고추장 맛 소스를 살짝 얹은 것이 퓨전 한식이라고? 아니라고 본다. 우린 먼저 한식을 이해해야 한다. 조리법과 맛의 독창성과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의 맛을 찾아내야 한다. 한식은 건강에 좋다. 외국인들도 이젠 안다. 그런데 음식 이야기로 들어가면 이것은 부족하다. 사람들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먹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도 먹는다. 이젠 건강이라는 무거움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매력으로 어필해야 한다. 향이든, 색채든, 조리법이든, 이미지든 뭐든 외국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찾아나서 보면 될 거라고 본다.

첫 주제는 삼계탕에서 찾았다. 국제대회에 나가 보면 서양인 심사위원들은 늘 삼계탕에 높은 점수를 준다. 삼계탕만 끼워 넣으면 상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또 인삼처럼 한국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식품도 드물다. 향만 잘 조절하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리안 파스타에 삼계탕을 접목해 보았다. 만두는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남미까지 골고루 즐기는 친숙한 음식이면서 어떤 재료로 소를 만드는지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식 영계 라비올리

●재료
라비올리 소 삼계탕·콩나물·봄동 약간씩

라비올리 수프 크림, 파마산 치즈 약간씩

라비올리 반죽 밀가루·메밀가루·오징어먹물 약간

●만드는 법 1 찹쌀·마늘·인삼·대추·밤·은행으로 속을 채워 끓여낸 삼계탕의 닭을 건져 살코기를 다진다. 2 콩나물과 봄동은 살짝 데쳐 잘게 다지고 ①과 섞는다. 3 밀가루와 메밀가루·오징어먹물 두 가지로 반죽을 해 ②의 소를 넣어 라비올리를 만들어 삶아낸다. 4 삼계탕 국물에 크림과 파마산 치즈를 섞어 라비올리 수프를 만든 뒤 라비올리 위에 끼얹는다.

이재훈(뚜또베네) 셰프
파스타에 갈비찜 … 없던 입맛도 살아납니다

한국인들은 거부감 없이, 외국인들은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한식. 한식 세계화에 대한 컨셉트다. 이를 위해 ‘한식 재료를 서양식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양식과 한식, 두 요리의 세계가 만나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코리안 파스타’. 처음엔 막막했지만 생각할수록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김치를 다져서 밀가루와 섞어 만든 파스타 면을 사용하는 법이며 잡채와 비빔밥을 응용한 ‘비빔 파스타’ 컨셉트도 떠올랐다. 음식 중에서 한 가지를 선정하는 게 오히려 더 까다로웠다. 이번엔 갈비찜을 응용한 요리를 낙점했다. 찜 요리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데다, 소 갈비찜은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갈비찜은 한식의 정체성이 강한 음식이다. 대신 갈비찜을 만들 땐 포트와인을 주재료로 쓰고 간장은 살짝 포인트만 주는 정도로 조절했다. 딱 봤을 때 예쁘다는 느낌은 없지만 보자마자 식욕을 돋워서 당장 포크를 들고 퍼먹고 싶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달려들어 먹고 싶어지는 그런 요리를 만들고자 했다.

포트와인과 간장으로 삶아낸 소갈비 찜을 곁들인 리조 파스타

●재료 소갈비 4대, 포트와인 350mL, 양조간장 150mL, 물 1L, 양파 200g, 당근 100g, 대파 흰 부분 100g, 통마늘 3알, 생강 10g, 월계수 잎 3장, 통후추 10알, 대추·은행·밤 약간, 소금·후추 적당량, 인삼 4뿌리, 갓 갈은 파마산 치즈 100g, 리조(쌀알 모양) 파스타

●만드는 법 1 소갈비는 소금·후추로 간해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운 뒤 큰 냄비에 담는다. 2 갈비 구운 팬에 양파·당근·대파를 볶는다. 3 냄비에 볶은 채소와 포트와인·간장·물·통마늘·생강·통후추와 월계수 잎을 넣고 갈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는다. 4 소갈비는 건지고 육수는 체에 걸러 식힌다. 이 국물에 대추·은행·밤을 넣어 삶는다. 소갈비도 넣고 데운다. 5 인삼을 끓인 물에 데치고 전분을 묻혀 바삭바삭하게 튀긴다. 6 접시에 삶은 파스타를 담고 갈비를 얹은 후 대추·은행·밤·튀긴 인삼으로 장식한 후 파마산 치즈를 뿌려 낸다.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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