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 장례식장 업종변경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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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장수 마을로 손꼽히는 전북 순창군. 읍내에 있는 가남리 남산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장례식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올 초까지만 해도 결혼식장으로 운영되던 곳이라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돌탑.돌담 등 조형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농촌지역에 장례식장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호황을 누리던 예식장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이농으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대신 노인들이 농촌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북도의 경우 장례식장은 현재 48곳으로 지난해(38곳)보다 30%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1995년 321곳에서 2003년 623곳으로 8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장례식장은 특히 농촌에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 순창군의 경우 장례식장 네 곳 중 세 곳이 올해 새로 생겼다. 김제시.고창군도 지난해 두 곳에서 올해 네 곳으로 배가 늘었다. 이는 농촌의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순창군의 경우 전체 군민(3만1000여명) 중 23%가 65세 이상이다.

늘어나는 장례식장과 달리 결혼식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세 곳이던 예식장이 모두 문을 닫고 현재는 군에서 운영하는 예식장 한 곳만 남아 있다. 전북 순창군의 경우 3년 전만 해도 여덟 곳의 예식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네 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두 곳은 개점휴업 상태다.

남원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2~3년 전만 해도 한 해 30~40건씩 결혼식을 했지만, 올해는 아직 10건도 채우지 못했다"며 "농촌에서 예식장 사업은 사실상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강릉=장대석.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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