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권제도 뜯어고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개혁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퇴임을 코앞에 둔 클린턴이 선거제도 개혁을 역설한 배경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와 소송사태 등 극심한 후유증을 빚은 지난해 대선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클린턴 대통령은 14일자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피부색에 따른 차등을 없애자' 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대통령 직속의 선거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표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고 일부는 고의적으로 선거에서 소외당했다고 느끼고 있다" 고 지적한 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모든 표가 집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일 출범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당파를 초월한 선거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선망 있는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선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대선에서 인종.계급.민족에 따른 불평등이 있었는지 미국의 모든 주에서 사례를 수집하고 원인을 규명한 뒤 공정하고 전국적으로 단일한 선거 및 개표 기준을 마련,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위원회에서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유권자에 대한 각종 협박과 억압을 예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특히 당면과제로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제안했다.

클린턴의 기고문은 미국 국경일로 지정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생일(15일)을 맞아 게재한 것이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