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유니폼에 숨은 비밀 0.01초 승부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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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은 첨단 의류과학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첨단 과학으로 제작된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신체능력을 최대화하고,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첨단 기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특히 0.001초를 다투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공기저항을 줄여주고 근육의 움직임을 잡아주는 경기복은 필수 요소다. 쇼트트랙, 알파인스키, 썰매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겨울스포츠 경기복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필요한 건 오직 ‘스피드’=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복은 처음 재단 때부터 주행 자세인 ‘ㄱ’자 형태로 만들어진다. 허리 쪽에 탄성이 강한 합성우레탄 소재를 사용한다. 힘이 빠져 허리가 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반인이 입으면 허리를 펴고 서기 힘들 정도의 강도다. 선수들은 결승선 통과 직후 곧바로 앞 지퍼를 내려 불편함을 해소한다.

허벅지 부위는 일반 섬유보다 탄성이 수십 배 강한 고무재질을 사용한다. 빙판을 밀어낸 다리를 잡아당기는 효과가 있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캐나다 대표팀은 경기복 안쪽에 양 어깨와 양 허벅지를 ‘X’ 형태로 연결한 밴딩을 사용해 완벽한 자세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른쪽 사타구니 안쪽에는 ‘3M’이라는 합성섬유가 부착된다.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선수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주행하면서 코너링 시 왼다리를 축으로, 오른다리를 안쪽으로 밀어 넣기 때문에 오른쪽에만 쓰였다. 반면 발과 부츠 안쪽 가죽의 마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선수가 양말은 신지 않는다.

공기저항에도 민감하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양팔과 양다리의 푸른색 부위에 벌집모양으로 디자인된 폴리우레탄 소재가 쓰였다. 캐나다 대표팀은 움직일 때 미세한 돌기가 나타나는 도마뱀과 돌고래 피부를 응용해 개발된 소재가 사용됐다. 일본 대표팀의 ‘삼각팬티’ 경기복도 마찬가지다. 일본 언론은 ‘가랑이 등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제작됐다. 5% 공기저항 감소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속도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다=쇼트트랙 경기복은 속도뿐 아니라 안전도 중시된다. 자리싸움 등 신체 접촉이 잦아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경기복은 손목, 팔꿈치와 무릎 뒤쪽 등 핏줄과 근육이 모인 관절부에 방탄 재질 합성섬유를 쓴다. 넘어졌을 때 스케이트 날에 베이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경기복은 상체와 무릎을 연결하는 원피스 형태로 제작된다.

알파인스키도 시속 100㎞ 이상 속도로 슬로프를 내려오는 종목 특성상 안쪽에 보호패드가 부착된 경기복을 입는다. 양쪽 어깨와 옆구리 등에 두께 5∼10㎜의 패드가 삽입돼 있다. 경기복 자체는 강도를 높인 합성섬유를 사용한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 경기복 역시 양 어깨 등 썰매 밖으로 노출되는 부위에 패드를 사용하는 등 안전을 우선한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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