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 졸업반 여학생들 마도로스 인생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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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센 파도와 당당히 싸우겠어요. "

젊은 여장부 10명이 올해 기관사.항해사로 망망대해에 나선다.

한국해양대 여학생 10명이 한진해운.현대상선.범양상선.KSS.필오션 등 해운회사에 취직돼 2월 졸업 후 마도로스 인생을 시작한다.

이들은 기관시스템공학부.해사수송과학부.운항시스템공학부 학생들이며 1명은 3급 기관사로, 9명은 3급 항해사로 승선한다.

기관사로 범양상선을 타는 류영혜(柳英惠.23.기관시스템공학)씨는 요즘 고향인 경기도 평택 내 헬스클럽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배를 타면 보일러.냉동관련 기계.조수기(물 생산기계) 등의 기계들을 조작.관리해야 한다.

柳씨는 "3학년 때 6개월간 실습하면서 기관사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며 "긴장된 마음으로 승선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그녀는 2급 기관사.1급 기관사를 거쳐 기관장이 되는 게 꿈이다.

범양상선에 취직한 박민경(朴珉璟.23.운항시스템)씨는 항해사로 출발한다. 승선과 동시에 키를 잡?1.2 항해사와 똑같이 하루 8시간씩 배를 몰아야 한다. 상선은 24시간 운항한다.

朴씨는 "악바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며 "남성 항해사 이상으로 잘 한다는 평을 꼭 받겠다" 고 다짐했다.

자신이 잘못하면 항해사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朴씨는 선장이 꿈이다. 항해사로 한진해운에 취직한 전은선(全銀善.23.해사수송)씨는 처음 해양대학을 봤을 때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하얀 대학건물이 환상적으로 보여 배를 타는 전문 직업인이 돼야겠다는 꿈을 굳혔다.

해사수송과학부 김시화(金是和.45)교수는 "여성들도 일단 승선하면 남자와 똑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며 "여학생들은 항해.기관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과 정신력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에 잘 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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