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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간판 기업 경영실태 공동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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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자오춘준 칭화대, 박성주 KAIST, 아오이 미치카즈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장(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신동연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일본 게이오(慶應)대·중국 칭화(淸華)대 등 3개 대학 경영대학원장들은 17일 본지와 단독 좌담회에서 ‘아시아 경영 연구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해 한·중·일 대표기업 10여개의 경영실태에 대한 연구를 연내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들은 한·중·일 기업들의 공통 과제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 부족’을 꼽으면서 ▶ 정치적인 노력 ▶ 적극적인 기술 이전 ▶ 교육적 교류 확대 등을 통해 3개국간 경제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박성주(54)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아오이 미치카즈(靑井倫一.57)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장, 자오춘쥔(趙純均.62)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AACSB(세계경영대학협회) 서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AACSB는 전세계 경영대학 인증기관으로 이번 서울 회의에는 12개국 30개 경영대학장 및 교수 7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요지.

-한.중.일 3개국의 경제 현안은 무엇인가.

▶아오이=올 들어 일본의 경제사정은 나아졌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다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별로 투자하지 않고 노동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게 문제다. 일본의 젊은층들이 부모 세대에 비해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당장 눈에 띄는 악영향은 없지만 10년 후에는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중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자오=현재 중국의 기업환경은 상당히 좋다. 정부 규제는 완화되고 있고 해마다 많은 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으로선 매우 빠른 개혁 속도다. 하지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은 여전히 미흡하다. 거시경제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부실대출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성장조절 정책이 얼마만큼 먹힐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박=한국은 투자가 저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지만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주요기업들이 향후 수년간 성장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가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동북아 기업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아오이=일본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본 기업의 시스템과 구조를 바꿔야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나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 지 지켜본 뒤 일본 기업들도 참고할 것은 참고해야 한다.

▶자오=중국의 천연자원 부족 문제는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특히 석유가 충분히 나지 않는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우수한 인적 자원도 부족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엔지니어도 더 필요하다.

▶박=한국 기업도 비슷한 경우다. CEO의 경영능력도 다소 떨어지고 R&D투자의 질도 안 좋다.그래서 한국에선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려면.

▶자오=기업의 전략과 CEO의 능력, 사업다각화, 조직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기업들은 이 세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

▶아오이=글로벌 기업은 경영의 세계화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은 본사에 전세계 직원들로 구성된 '글로벌팀'을 갖추고 있다. 일본기업은 내수 시장만 신경쓰는 '지역팀' 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박=GM과 GE같은 거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군림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21세기는 작지만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이 부각될 것이다. 한국 중견기업들도 기술과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면 승산이 있다.

-한.중.일 3개국의 경제 협력 방안은.

▶박=한.중.일 3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문화.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블록화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이에 맞서는 경제블록을 만들어야한다. 한.중.일 3개국을 오케스트라에 비교하면 일본은 빠른 바이올린, 중국은 음색이 낮은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한국은 중간 톤의 악기로 설명할 수 있다. 3국간 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게 중요하다.

▶아오이=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협력방안이 있다면 EU모델이 더 우리 실정에 맞다. 우리의 자원을 활용해 유럽 기업의 협력모델을 따라가는 편이 좋다. 일본은 또 기술전문가를 한국과 중국에 보내야한다. 일본인들은 자국의 기술유출에 민감하지만 일본은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기술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오=정치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은 합작투자 등을 통해 이미 상당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정치적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나서야한다.

-3개국의 경영 교육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박=EU는 대학과 기업들이 나서 다른 나라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였다. 우리도 교수나 학생의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이 여름학기에 게이오대나 칭화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자. 학생들이 사고가 변해야 다음 세대에 국가적 협력이 더 쉬워진다.

▶자오=언어 문제가 걸림돌 이 될 수 있다. 영어를 공통어로 할수 있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어.중국어.일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한.중.일 학생들이 유럽인들처럼 3개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리=홍주연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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