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뉴오타니 호텔 1층의 ‘JINRO막걸리’ 설명회장. 일본 최대의 주류 도매업체 중 하나인 고쿠부(國分)사의 나리타 겐(成田健) 사장이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이리저리 잔을 돌리며 빛깔과 향을 살피던 그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그를 지켜보던 진로재팬 양인집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하이트-진로그룹이 일본 막걸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3월부터 일본 내 1000여 개의 도매상과 1만여 개의 주류 소매상을 통해 진로 막걸리를 판매한다. 올해 10만 상자(1000mLX15병) 판매를 시작으로 2012년엔 50만 상자를 팔아 막걸리로만 20억 엔(약 24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419엔(병·375mL)~600엔(페트·1000mL)으로 젊은 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미쓰이(三井)식품의 미즈타리 신이치(水足眞一) 사장은 “진로 막걸리가 침체일로에 있는 일본 주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일본의 막걸리 붐은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명회가 열린 날 오후 도쿄 시나가와(品川)에 있는 대형마트 ‘자스코’(JUSCO) 매장. 친구들과 지하 1층 주류 판매대를 찾은 모리 미사코(森美沙子)는 수백여 가지의 술 중 한국산 막걸리를 골랐다. 그는 “몸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며 “가격도 500엔(6000원) 선이어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의 한 주류 판매점에 진로막걸리 시제품이 진열돼 있다. 진로재팬은 다음달부터 이 제품을 일본 전 지역에서 판매한다. 4월부터는 TV광고도 할 예정이다. [진로재팬 제공]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막걸리는 40여 종. 대개 현지 수입상을 통해 소량씩 유통되고 있다. 진로재팬처럼 일본 내 전국 유통망을 가진 주류업체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인집 대표는 “일본 막걸리 시장은 최근 수년째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단카이(團塊)세대로 대변되는 기존 주류 소비층뿐만 아니라 F1 소비자(Female One·20~34세 여성)로까지 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재팬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단맛과 묵직한 맛을 강화한 막걸리를 내놓았다. 까다로운 일본의 위생기준에 맞추기 위해 한국 내 100여 곳의 막걸리 공장 중 수십여 가지 자체 위생기준을 만족시킨 두 곳을 골라 생산을 맡겼다. 젊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막걸리 파티를 수시로 여는 한편 4월부터는 TV광고도 할 계획이다.
도쿄=이수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