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리더십은 비전·실행력 동시에 갖춰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역대 대통령 평가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을 넘어 미래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의 방향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런 만큼 평가 항목 10개 중에서 어떤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각각의 항목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경제 관리 능력 ▶외교 ▶도덕성 항목에서 1위인 대통령들이 그 이외 항목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일반인과 전문가 평가 간에도 나타났다. 일반인들은 경제 관리 능력과 업적 등의 실질적이고 ‘현재’적인 가치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전문가들은 시대 정신과 관련된 ‘비전과 의제 설정’ 등 ‘미래’를 중시했다. 하지만 ‘비전’과 ‘성과’라는 상이한 가치는 ‘OR’(둘 중 하나)이 아닌 ‘AND’(두 가지 모두)의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업적 ▶비전과 의제 설정 ▶행정 운영 능력 ▶경제 관리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6·25전쟁 이후 최빈국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게 시대적인 비전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이를 달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평가를 통해 ‘미래 대한민국호’의 도약을 위해선 ‘비전의 공유’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실행력’ 두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과거 한국이 빈손에서 시작해 건국의 과정을 거쳤다면 앞으로는 다져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수성과 성장을 이뤄 나가야 하는 단계다. 2009년의 금융위기는 세계 질서의 패권을 한국·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이 동참한 주요 20개국(G20) 체제로 변화시키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선진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국민 전체가 공유하고 이를 실제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용욱 중앙대 경영학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