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세종시 절충안 관성 젖어 거부 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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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오른쪽)이 세종시 원안 추진과는 다른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제시한 절충안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18일 세종시 논란과 관련, “수정안이 가진 ‘+알파’는 유지하면서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이 거의 없는 독립기관들을 세종시로 보내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가리킨 독립기관은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및 국가인권위, 감사원, 공정거래위, 국가권익위 등 7개 기관이다. 친박계 좌장 격인 김 의원은 그동안 “수도 분할은 반대한다”며 ‘원안’ 추진을 강조해 온 친박계 다수와는 다른 입장을 지켜 왔다.

그러나 김 의원의 ‘절충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한마디로 가치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이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원안의 정신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국민과 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사전에 조율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여상규 의원 외에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고 심각한 검토와 고민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본회의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김 의원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중에 얘기하죠”라고만 했다. 그러나 3시간 뒤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가치 없는 이야기”라며 “친박계에는 좌장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절충안에 대해 “세종시법을 만든 근본 취지를 잘 모르고 급한 나머지 임기응변으로 나온 얘기 같다”고 비판했다 한다. 박 전 대표는 또 “세종시법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모든 절차를 밟아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 중인 법을 지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관성으로 반대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입을 다물었던 박 전 대표가 3시간이 흐른 뒤 이처럼 강한 입장을 밝힌 데는 김 의원의 “관성에 젖어 거부하지 말고 고민해 달라”는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 측근들의 해석이다. 한 측근은 “김 의원으로서는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관성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한 부분은 박 전 대표의 진정성을 왜곡한 것인 만큼 박 전 대표로선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과 일련의 발언이 친박의 균열로 비치고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 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중진이란 사람이 이런 기자회견을 해서 굳이 분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뭔가”라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나 친박 측 인사들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사실상’ 결별설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이었다. 현기환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세종시 문제일 뿐이다. 앞으로 전개될 여러 정치 상황에선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도 “둘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반응을 전해 들은 김 의원은 “우리 모두 애국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모든 감정을 초월하고 상대도 애국하는 마음에서 절충안을 내놨다고 생각해 재고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이가영·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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