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문 ‘활짝’… 화천 인재 키우는 산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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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학습관에 입주한 학생들이 방과 후 국어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공부한다. [화천학습관 제공]

#화천고를 졸업한 서정이(19)양은 올해 고려대 인문학부에 정시 합격했다. 서양은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 변호사의 꿈을 키울 계획이다.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서양의 2학년 때 목표는 서울 소재 대학(인 서울) 진학이었다. 1학년 성적은 인 서울이 될까 말까 할 정도였단다. 그러던 것이 2008년 8월 문을 연 화천학습관에 입주한 2학년 2학기부터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서양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었고 공부 방법도 깨달으면서 성적이 올랐다”며 “학교 수업보다 질문을 자유롭게 많이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하는 사내고 출신 정동진(19)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내중 재학 당시 정군의 성적은 60명 가운데 10~15등. 정군보다 성적이 좋은 학생 상당수는 춘천 등 도시 고교로 진학했다. 2학년 때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실력은 모자랐다. 정군도 학습관에 입주한 후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 학원강사 출신의 학습관 강사는 서울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 지 자극을 주고 정보를 제공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공부 방법도 일러줬다. 정군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은 학습관 생활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이 인재 및 교육 전원도시 육성을 위해 조성한 화천학습관이 인재 육성의 산실로 발돋움하고 있다.

화천군은 대학 합격자 발표 결과 학습관 출신 16명 가운데 15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 진학률이 94%에 달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나머지 1명은 수시 진학을 위해 중도에 퇴사했으며, 이 학생도 강원대에 진학했다.

대학진학 분포는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외국어대·경희대·건국대·숭실대가 각 1명, 단국대가 2명 등 서울 소재 대학이 9명이며, 강원대에 5명, 춘천교대에 1명이 진학했다.

화천학습관은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 학생까지 학년별 16명(남8, 여8)씩 64명의 학생이 입주, 학교 공부에 이어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상시 교육과정(국어·영어·수학)과 선택과목(과학탐구·사회탐구)을 하루 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습관은 서울에서 전임강사 4명을 초빙했고, 선택과목 강사도 주 2회씩 초청하고 있다. 학습관은 교과 이외에 학생의 인성함양을 위해 유명인사 초청 특강 및 지역 축제 견학, 체험실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화천학습관은 지역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과 우수 재원의 관외 유출 방지를 위해 마을 공부방 형식으로 설립했다. 강사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화천군이 지원하고, 학생은 식비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 학습관이 개원하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학생의 거의 없어진 것은 물론 인근 자치단체 학교에서 역으로 전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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