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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관상 하루 8명꼴 남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교육부장관상을 받을 초.중.고교생 10명과 지도교사 10명은 시상식에 참가하기 바랍니다."

사설 교육기관인 E업체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공지한 수학경시대회 시상식 광고다.

H협회는 2월까지 독후감을 공모하며 "초.중.고교생 9명에게 교육부장관상을 준다" 는 광고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각종 사설 교육기업의 광고 공문을 받아본 서울 K중 2학년의 한 교사는 "교육부가 주최하는 행사도 아닌데 무슨 교육부장관상이 이렇게 많으냐" 고 의아해 했다.

올해부터 부총리로 승격한 교육부장관이 주는 상이 남발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고교생의 각종 경시대회 수상 기록을 대입 전형에서 중시하면서 교육부장관상을 내건 경시대회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서울 D학원은 '1997~99년 대한민국 컴퓨터 경시대회 교육부장관상 수상 학원' 이 적힌 플래카드를 건물 밖에 내걸었다.

영어를 배우지 않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경시대회를 열어 교육부장관상을 시상한다는 학원들도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한해 동안 교육부장관상을 준 사람은 2천8백43명이다. 99년의 2천4백여명보다 4백명 가량 늘었다. 공휴일을 포함해 교육부장관상이 하루 평균 7.8명에게 수여된 셈이다.

교육부장관상 남발에는 '돈을 받지 않는 교육적 행사에는 교육부가 후원할 수 있다' 는 내부 규정도 한몫 했다. 교육부 후원을 따낸 행사 주최측이 교육부장관상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대학 입시에서 수상 실적과 특기 등을 중시하는 수시모집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교육부장관상을 내거는 경시대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사 취지를 따져보고 교육부 후원을 허락하지만 부총리급 장관상이 너무 흔해져 걱정" 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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