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밴쿠버] 이상화 0.05초 차 ‘날차기 우승’…스포츠 공학은 진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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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날차기’가 금메달을 일궜다.

17일(한국시간) 이상화의 금메달은 이른바 ‘스케이트 날 차올리기(날차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는 순간 스케이트 앞쪽 날을 들어올려 기록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법이다. 반면 같은 빙상 종목인 쇼트트랙에서는 선수들이 결승선에서 ‘날 들이밀기(날밀기)’를 한다. 두 기법의 차이는 무엇이며 왜 이런 방식을 채택하게 됐을까.

스피드는 날차기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스케이트 날을 차올리며 골인하는 장면. [연합뉴스]

◆날차기 효과 톡톡히 본 이상화=이상화는 500m 2차 시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왼쪽 다리를 힘껏 차올렸다. 예니 볼프(독일)도 발을 들어올렸다. 육안으로는 0.03초가량 이상화가 뒤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진 판독 결과 이상화는 불과 0.012초 늦게 들어왔다. 이상화가 결승선 바로 앞에서 적시에 날차기를 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들어온 반면, 볼프는 발을 일찍 들어올려 기록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1차 시기 때는 날차기를 제대로 못해 생각보다 기록이 덜 나왔다. 하지만 2차 때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번 시즌부터 피니시 라인 측면에서 사진을 찍어 기록을 재는 포토 피니시 방식을 채택했다. 선수들 간 기록 차이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다. 날차기를 하면 그대로 들어오거나, 쇼트트랙처럼 날밀기를 할 때보다 기록 면에서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관규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날차기를 잘하면 0.04~0.05초 단축이 가능하다. 선수들에게 초반 100m는 좀 늦어도 되니 날차기를 잘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공학의 진화는 이처럼 끝이 없다. 이상화와 볼프의 1, 2차 시기 합계 기록 차는 불과 0.05초. 결국 이상화의 제대로 된 날차기 한 방이 볼프의 추격을 뿌리친 셈이 됐다.

쇼트트랙은 날밀기 쇼트트랙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스케이트 날을 들이미는 모습. [중앙포토]

◆쇼트트랙은 날밀기=쇼트트랙은 10여 년 전부터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 날밀기를 한다. 빙판에 설치된 센서 판독으로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날이 빙판에서 떨어지면 기록 측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쇼트트랙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 날이 떠 있으면 실격이 된다. 몸싸움이 막판까지 치열해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의 ‘날밀기’는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한국의 김동성과 전이경이 이 신기술 덕분에 금메달을 따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지난해부터 ‘날차기’를 쓰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쇼트트랙과 달리 스피드 스케이팅은 두 선수가 코스를 나눠 달리기 때문에 몸싸움이 없다. 날을 들어도 아무 제약이 없다. 김관규 감독은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캐나다 선수들이 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시간 단축 효과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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