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유럽인 눈에 비친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의 발견
지안니 과달루피 지음, 이혜소 외 옮김
생각의나무, 336쪽, 9만5000원

▶ 1755년 황제로 즉위한 건륭제는 자신의 위업을 알리고자 천제를 올리기 전 의례를 성대하게 치루곤 했다.

『중국의 발견』은 유럽과 중국 사이 문명교류의 역사를 보는 유럽인의 시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대형 판형에 컬러 그림과 희귀 사진을 전체 분량의 절반 가량 실은 화보집이기도 하다. 저자 지안니 과달루피는 역사 여행전문 잡지의 편집장답게 비교적 객관적 관점에서 화려한 중국 가이드 북을 만들어냈다.

유럽의 눈으로 보면 중국은 ‘발견’된 나라다. 때론 신비한 모습으로 때론 두려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비단과 도자기는 중국을 신비의 나라로 보이게 했다. 반면 칭기즈칸의 기마부대는 유럽인을 떨게 만들었다.

중국에 대한 환상적 이미지를 많이 남긴 이들은 선교사들이었다. “선교사들은 중국을 문인과 학자들이 다스리는 거대한 철학 왕국으로 묘사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양인에게 비치는 중국의 이미지는 19세기 들어 바뀐다. 황홀한 도취감은 경멸감으로 변했다. “백인들의 우월한 기술문명을 거부한 ‘악의 제국’”으로 비쳤으며 “진보의 혜택에 문을 열기를 거부한, 무지하고 고집불통이며 퇴폐적이고 미신적인 국가”로 묘사됐다. 그리고 중국은 서양의 과학과 무기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런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의 화려한 편집은 21세기 중국의 변화하는 현실에 따라 점점 높아가는 서구인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유럽인들이 수세기에 걸쳐 이뤄낸 중국의 발견은 좋건 나쁘건 실수와 오해,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과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보 교류가 훨씬 자유로워진 세계화 시대에 중국과 유럽은 ‘진정한 이해’의 새로운 탑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인가.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