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대표·김종호 대행 잇단 '개헌론'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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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에 이어 28일 개헌론을 제기했다.

김중권 대표의 경우 그동안 대통령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주장해왔지만, 김종호 대행이 내각제가 아닌 다른 형태의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金대행은 사견임을 전제로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카드를 꺼냈다.

이날 발언은 내각제보다 중임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그는 단임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중임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즉각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당의 특성상 JP와 얘기를 나눴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이날 내각제에 호감을 나타내는 발언도 했다.

金대표는 "개인적으로 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각제가 어려울 경우 정.부통령제도 좋은 대안 중 하나" 라고 말했다.

비록 "지금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치권에선 같은 시기에 나온 金대표와 金대행의 발언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련 관계자는 "JP가 공동정권에 대한 긍정적 발언을 하고 양당 핵심간에 협조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고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내각제를 얘기하고 자민련이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의 언행에 비춰볼 때 모순"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동서화합 큰 결심' 발언(27일 송년기자간담회)등을 구실로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 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이 '정계개편은 없다' 고 대국민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회창 총재는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정계개편과 개헌에 대한 金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으로선 '중임제를 명분으로 한 반(反)이회창 연대' 를 우려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평소 중임제 개헌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박근혜(朴槿惠)부총재 등 비주류 중진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 등이 개헌론에 가세할 경우 상황은 보다 복잡해질 전망이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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