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굿모닝!…' 이황의 지성 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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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굿모닝 Mr.퇴계?' . 1984년 신년 벽두를 장식했던 백남준의 방송용 퍼포먼스 '굿모닝 Mr.오웰' 에서 따온 듯한 프로그램 제목은 어째 생경하다.

조선시대 유학계의 거두였던 퇴계 이황(1501~1570)을 향해 '굿모닝' 이라니. 하지만 제작진의 생각은 다르다.

퇴계의 사상은 이제 한반도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관심사라는 것이다.

물론 파란 눈의 연구자들이 '퇴계학' 에 관심을 쏟는다고 '세계적' 이라는 수사를 붙이기는 좀 낯뜨겁다.

한결 중요한 것은 퇴계의 사상 속에 민주주의나 생태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푸는 열쇠가 있다는 주장이다.

KBS가 새해 1월1일 오전 10시20분부터 1백분에 걸쳐 퇴계 탄신 5백주년을 기념해 방송하는 '굿모닝! Mr.퇴계' 는 이처럼 21세기의 눈높이에서 퇴계의 사상을 조명, 그의 초상을 천원짜리 지폐 밖으로 이끌어낸다.

학창시절 수험용으로 밑줄 치며 암기했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첨단 사이버 스튜디오.드라마 구성 등을 동원해 퇴계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성학십도' 를 영어로 번역하기도한 연구자 마이클 칼튼 교수(미국 워싱턴대)는 사단칠정론을 예로 들며 퇴계를 '인간의 정서를 가장 심오하고 정확하게 성찰해 낸 철학자' 로 평가하고, 인간 심성을 주변 세계와의 연관속에서 정교히 성찰한 퇴계사상이야말로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칼튼 교수는 가속도가 미덕인 네트워크의 시대에 되돌아본 퇴계의 사유 속에서 '느림의 미덕' 까지 발견한다.

제작진은 또 퇴계가 남긴 편지나 다른 기록을 근거로 자신의 성찰을 일상 속에서 실천한 퇴계의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

오진산PD는 "퇴계의 사상은 중국의 성리학과 달리 원론적 논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실천의 덕목까지 제시했다" 고 말한다.

퇴계 사상의 이같은 '실천성' 은 프로그램 말미에 등장하는 청소년 여섯 명의 토론과정에서도 확인될 예정. KBS는 올해 두 차례 더 퇴계 관련 특집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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