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애덤스 가문 '닮은 꼴' 父子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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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느 나라나 대통령이 되는 데 운명적 요소가 있는 것일까.

미국 역사 상 두번째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가 대선에서 승리한 상황이 1백75년 전 첫번째 부자(父子)대통령 기록을 세운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과 비슷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우선 학교다. 애덤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예일대를 졸업한 부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두 사람은 또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과 대결했다.

애덤스와 싸웠던 앤드루 잭슨은 1796년 테네시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이듬해 상원의원이 됐다.

부시의 적수 고어도 테네시주에서 1977년 하원의원이 됐고 85~93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잭슨과 고어는 선거전략도 비슷해 자신들이 서민을 위한 투쟁가라고 주장했다.

애덤스와 부시는 투표가 끝난 뒤 엇비슷한 천신만고를 겪었다.

전체 투표에서 애덤스는 31%밖에 얻지 못해 41%를 확보한 잭슨에게 뒤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선거인단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최종 결정은 하원으로 넘어갔다.

당시 대선 투표에서 3위를 한 하원의장 헨리 클레이가 자신의 표를 애덤스에게 몰아줘 애덤스는 간신히 대통령이 됐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도 인연이 남다르다.

제41대 대통령 조지 부시와 제 2대 존 애덤스가 태어난 보스턴 마을들은 거리가 10마일도 채 안된다.

두 사람 모두 아이비 리그(동부 명문대)를 다녔으며 외교관으로 활동했다.둘 다 재임 중에 전쟁을 겪었고 단임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부시에게 패한 고어는 1백75년 전 패자였던 잭슨과는 여러가지 다른 면도 있다.

고어는 모범생 스타일인 데 비해 전쟁 영웅 출신인 잭슨은 폭주가였고 도박을 좋아했다.

하지만 고어는 아마 잭슨이 7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한 데 이어 재선까지 한 사실을 가슴 속에 새기면서 2004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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