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넥스 박유재 회장, 중국 부엌을 확 바꾸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 에넥스 박유재 회장(左)은 지난 8월 중국 랑팡에 1만200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해 중국 가구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엌가구 전문업체인 '에넥스'가 변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국내 가구업체론 처음으로 중국에 공장을 세워 중국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고 환경친화 경영을 표방했다. 이 회사 박유재(70)회장이 내건 경영화두 역시 '중국'과 '휴먼키친'이다. 박 회장은 지난주 충북 충주호리조트에서 열린 '에넥스 영업부문 전진대회'에 참석해 직접 이 화두를 설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에넥스 본사에서 만난 박유재 회장은 "중국 가구시장에서 에넥스를 일류 브랜드로 키우고 다음달부턴 신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국내 고객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넥스는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부엌가구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 랑팡 경제기술개발구에 1만2000평 규모의 공장을 세웠다. 1000만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은 매달 1000세트(연간 1만2000세트)의 부엌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에 아파트 건축바람이 불어 가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 산하의 한 연구소(국무원발전연구중심 시장경제연구소)는 중국 주방가구 시장이 2001년 94억 위안(약 1조4100억원)에서 2006년에는 780억 위안(약 11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넥스는 내수 시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한다. 박 회장은 "'새집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모든 제품을 친환경 신소재인 '워터본(Water Born)'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워터본은 가구 표면에 사용되는 수성도료다. 물에 녹여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 비닐계열의 공해물질인 유기용제를 쓰지 않아 환경오염이 거의 없다. 항균 및 방충 기능까지 갖춰 워터본은 '웰빙 소재'의 하나로 꼽힌다.

박 회장은 10년 전 부엌가구업계에선 처음으로 'UV(자외선) 도장제품'을 선보여 돌풍을 일으키는 등 가구소재의 혁신을 이끌었다. UV도장제품은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습기를 없애주고, 다양한 색상을 내는데 당시 경쟁업체 대부분이 이 소재로 제품을 만들었다.

박 회장은 "항상 밝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고객들이 믿고 찾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경영자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 처음 실시한'설치실명제'는 모든 제품에 시공자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해 사후 서비스까지 책임진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밝은 마음은 육체적 건강에서 나온다는 박 회장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스키를 배웠다. 겨울철이면 주말마다 스키장을 찾아 상급코스를 탈 정도로 매니어가 됐다. 박 회장의 하루는 서울 흑석동 자택 인근의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으로 시작된다.

◆ 에넥스=이 회사의 전신은 오리표싱크(옛 서일공업사)이다. 1976년 부엌가구를 처음 내놨다. 92년에 '에넥스'로 회사이름을 바꿨고 마케팅 학계는 이를 기업이미지통합(CI)의 성공사례로 꼽는다. 에넥스는 지난주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주최의 '2004 우수산업디자인상품전'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해 가구업계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디자인상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213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국내 부엌가구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 매출목표는 2500억원이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