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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뉴스, 장·단음 발음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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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송 뉴스에서 우리말의 장.단음을 틀리게 발음하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창진(51.초당대)교수는 KBS-TV 밤 9시 뉴스(10월 4일치)에 나온 앵커.기자 36명의 장.단음 발음을 조사한 결과를 16일 논문으로 발표했다.

서울교육대에서 열린 '한국어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운동본부'(대표 이현복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 창립대회에서다. 김 교수는 36명의 발음을 정확도에 따라 A~E급의 5단계로 나누어 실명으로 공개했다. 표준발음에 가까운 A.B급은 한명도 없었다. 꼴찌인 E급이 63%(23명)로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E급은 방송인으로서 자질이 없으므로 즉시 방송계를 떠나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방송인들은 모든 낱말을 무조건 짧게 발음하는 경향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D급은 30.6%로 모두 11명. 논문에 따르면 '잠시 방송을 중단하고 1개월 이상 외부 전문가에게 재교육받은 후에 방송 복귀나 퇴출을 결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비교적 양호한 수준인 C급은 이재홍.홍기섭 두 앵커(5.6%)뿐이었다. C급은 '1개월에 한번씩 교정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방송위원회에 10여차례 건의하는 등 잘못을 지적했지만 반응이 없어 '실명 비판'이란 극약 처방을 한 것"이라며 "오락 프로는 둘째치고 우선 국민이 정확한 발음이라고 착각하는 뉴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조사할 때 참고한 사전은 '우리말의 장단음'(김병남 지음.해동.1995)이다. 그는 "국내 12종의 국어사전이 공통적으로 적시한 장.단음만을 기준으로 삼아 조사했다"고 밝혔다.

'발음이 길고 짧은 것과 상관없이 문맥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외국어는 악센트까지 철저히 배우면서 정작 우리말의 주요 특징인 장.단음을 틀리게 발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방송인들이 최소한의 장단음만이라도 지키는 모범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배영대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18일자 4면 "방송 뉴스, 장.단음 발음 엉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장.단음 발음이 비교적 양호한 앵커로 언급된 '홍기석'은 '홍기섭'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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