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가 하버드대보다 어렵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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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고 조기졸업 예정자의 미국 명문대 합격, 수능 만점자 및 3백90점 이상 고득점자의 특차모집 무더기 탈락 등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수험생 '줄세우기' 식 입시 병폐와 변별력 없는 수능시험의 부작용 등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과학고 2학년 여학생 이규영양의 미국 하버드.MIT 동시합격은 우리식 대입선발 방식이 얼마나 졸렬한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학업성적은 좋지만 내신성적이 30등급 중 5등급에 해당돼 서울대 입학이 어렵다고 본 李양은 미국 대학에 거뜬히 합격했다.

토플과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성적도 우수했지만 하버드대의 경우 면접에서 특별과외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학생 과학지도,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 교내 여학생 농구단 결성 등 과외활동에 점수를 많이 줬다. 창의력과 개성 등을 평가해주는 전형방식이다.

내신과 수능시험, 면접.논술 등의 총점 산출로 수험생을 일렬로 줄세워 뽑는 우리 입시의 틀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편 고득점자들의 특별전형 집단탈락은 변별력 없는 수능시험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 수능시험은 대학 수학의 기본소양 유무를 가리는 1차적 시험이 아니다. 엄연히 대입에서 비중있게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도 변별력 조정에 실패한 '수능인플레' 로 입시에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났다.

고득점자 분산 등 일부 순기능도 있다지만 학부모.수험생들에게 너무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대입 선발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선발권이 우리와 달리 대학에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대학이 검증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국내 명문대에는 못들어가도 하버드.MIT에는 들어갈 수 있는 '이상한' 결과가 생긴 것이다.

대학 자율을 막는 교육행정, 획일적 입시제도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다시 중지를 모아야 한다. 방치하면 우수학생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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