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받고 싶은 선물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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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산타클로스에 대한 전설은 성(聖)니콜라오에 관한 전설에서 비롯됐다.

성은 라틴어로 '상투스' 인데 네덜란드 사람들이 성니콜라오를 '신터클라스' 라고 했다. 뉴욕 사람들은 이를 '산타클로스' 로 바꿔 불렀고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미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백화점들은 선물용 상품을 팔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상업화했고 그 상업화된 산타클로스를 동양에까지 전파했다.

산타클로스가 왜 이렇게 전세계에서 유명해졌나? 물론 백화점들의 선전도 중요한 이유지만 산타클로스의 전설 자체에 대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상업화 전에도 서양에서 성니콜라오에 대한 신심(信心)이 많이 퍼져 있었다. 성니콜라오는 러시아와 그리스의 수호성인이었고 유럽에서 '성니콜라오' 의 이름을 가진 성당의 수는 수천 개나 된다.

동유럽에는 성니콜라오의 기념 축일(12월 6일)에 사람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풍속이 있었다.

성니콜라오의 인기는 그의 관대한 마음과 자선에서부터 생겼다.4세기 미라시(터키의 한 지역)의 주교 니콜라오의 뛰어난 관대함을 보고 사람들이 그를 성인으로 여겼다.

6세기께 그의 성골(聖骨)을 보관하는 미라 성당이 유명한 성지가 됐다. 1087년 이탈리아 선원과 장사꾼들이 이 성골을 이탈리아 바리시에 강제로 옮겨 놓았다.

그 후 성인의 인기가 유럽에서 부쩍 높아졌으며 바리시엔 성지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성니콜라오가 그 때에 이미 상업화돼 있었군!). 특히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성니콜라오는 부모들의 이상형이 됐다.

부모들은 그들의 나약한 어린 자녀를 관대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선한 행위를 베푸는 아름다운 모습을 성니콜라오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대중성이 있는 것이다. 산타클로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실업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또다시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2월 1백80만명에 달했다 줄어들어 온 실업자 수가 다시 늘기 시작해 연말에 약 90만명, 내년 초엔 1백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물론 이는 정부의 통계방식에 따른 수치다. 실업자 중에서도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사람들 중에는 땀 흘려 일하다 회사가 부도 나자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쫓겨난 불행을 두 차례나 겪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젠 아예 불안정한 일을 구하려 하지 않고 손을 놓은 채 집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여성 중에는 식당.섬유회사 등에서 강도는 높고 임금은 적은 일을 하다 몸이 약해져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탄과 연말을 맞아 실직 부모들은 가슴이 아프다. 자녀에게 비싼 선물을 듬뿍 주는 다른 부모들과 비교돼 비통한 심정이 된다. 실업은 수입을 줄일 뿐 아니라 사람의 활력도 빼앗는다.

실업문제는 생활보장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생활보장 제도는 수입이 부족한 가족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부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는 못한다. 술주정과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성니콜라오가 베푼 자선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성니콜라오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혼인 지참금이 없어 시집 못가는 한 아가씨에게 지참금을 마련해 주었다.

일종의 생활보장 제도다. 그러나 그 유명한 이야기엔 다른 측면이 있다. 그 당시 가난한 아가씨가 시집 못 가면 매춘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빈곤층 여성이 당하는 인권유린이었다. 현대적 시각으로 보면 그녀에게 혼인지참금을 주는 것보다, 떳떳하게 일하다 적은 지참금이나마 챙겨 시집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았겠다.

마찬가지로, 실업자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양심에 거리낌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일상지수로 증권시장의 가격변동과 원.달러의 환전율이 발표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지수보다 차라리 떳떳하게 일하고 적정임금을 받은 사람의 수를 매일 밝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업.도시빈민 문제가 잘 풀려나가길 빈다.

박문수 <무학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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