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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일동포 귀화 요건 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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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쿄=오영환 특파원] 자민.공명.보수당으로 구성된 일본 연립 여당은 19일 재일동포를 비롯한 특별 영주자의 일본 귀화 요건을 완화키로 결정했다.

연립 여당은 정책 최고책임자회의를 열고 조만간 '국적법 등에 관한 프로젝트 팀' 을 설치, 내년 정기국회에 국적법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국적법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재일동포는 약 52만명이다.

현재 일본 국적법은 ▶5년 이상 일본 거주자▶20세 이상으로 소행이 양호한 사람▶생계를 꾸려나갈 능력을 가진 사람 등을 일본 귀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귀화 심사는 대체로 1년 정도 걸리며 법무상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귀화 신청 때는 신청서 이외에 귀화동기서.예금 증명서를 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소행' 부분 심사의 경우 지나치게 자의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연립 여당은 이에 따라 귀화 심사는 원칙적으로 서류 심사와 본인 확인만으로 결정하는 개정안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립 여당측은 "귀화 절차 간소.신속화를 통해 영주 외국인이 쉽게 일본 국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일동포가 벌이고 있는 지방선거권 획득 운동을 희석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집권 자민당 내 우파들은 그동안 재일동포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는 대신 귀화 요건을 대폭 완화, 일본 국적 소유자만 계속 선거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일한국민단의 배철은(裵哲恩)선전국장은 "귀화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선거권 부여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돼선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귀화한 외국인은 모두 1만6천1백20명으로 이 중 재일동포(한국.북한 국적자)가 62%를 차지했다. 여기에 중국인을 합치면 95%에 이른다. 재일동포 귀화자 수는 1990년대부터 크게 늘고 있으며 98년엔 9천여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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