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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는 석유, 사이먼스는 컴퓨터 이용해 3000종목 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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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호 26면

259만원. 서울 지역 직장인들이 받는 평균 월 급여액(성과급·상여금 제외)이다. 지난해 노동부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1조원을 모으려면 3225년 넘게 꼬박 일해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그런데 단 1년 만에 1조원 넘게 버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적인 펀드 매니저다. 2008년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회장은 연봉으로 25억 달러를 챙겼다. 그해 말 환율(달러당 1250원)을 적용하면 3조원이 넘는다. 그외 4명이 1조원 넘게(혹은 가까이) 벌었다.

‘연봉 1조원’ 세계 최고 펀드 매니저는 뭘 살까

헤지펀드 업계는 철저한 성과주의다. 좋은 성과를 내면 그만큼 연봉이 늘어난다. 다시 말해 연봉을 1조원 받았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도대체 어디에 투자했기에 그런 성과를 거뒀을까. 이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어디에 투자했는지 살펴봤다. 원유 선물 거래로 돈을 벌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없었던 존 아널드 센토러스 에너지 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연봉 1조원 매니저 4명의 투자 수첩을 분석했다. 수첩에는 각자의 뚜렷한 투자 스타일과 철학이 담겨 있었다.
 
‘퀀트 펀드’ 창시자 사이먼스
‘연봉 킹’ 사이먼스 회장은 ‘퀀트 펀드’의 창시자다. 퀀트 펀드는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시장 움직임을 컴퓨터 프로그램화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다. 사람이 아니라 수학적·계량적으로 잘 짜인 프로그램이 펀드를 운용한다. 이 때문에 그는 3000개 넘는 종목을 보유할 수 있었다. 사이먼스 회장의 투자법은 수익률로 입증됐다. 그가 1989년 만든 ‘메달리온 펀드’는 2007년까지 연평균 30%를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높은 성과 덕에 그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그는 55위(80억 달러)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그가 투자한 종목 ‘톱10’을 뜯어보면 핵심은 ‘최대’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에 3억 달러 가까이 투자했다. 이어 세계 ‘최대’ 인터넷 유통 업체인 아마존, 세계 ‘최대’ 방위 산업체인 록히드마틴, 세계 ‘최대’ 휴대전화 칩 제조 업체인 퀄컴 등도 사들였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다. 검색 시장 점유율이 중국에서 80%쯤 된다.

서브프라임 부실 예측한 폴슨
존 폴슨 폴슨&코 회장은 학창 시절부터 천재로 통했다. 뉴욕대는 과 수석으로 나왔고,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는 졸업 때 상위 5% 학생에게만 주는 상을 받았다. 그의 천재성은 2007년 특히 빛을 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정확히 예측해 대박을 냈다. 그는 그해 연봉 37억 달러를 받았다.

폴슨&코가 투자하는 종목은 39개다.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한다. 눈에 띄는 자산은 금이다. 그는 ‘SPDR골드트러스트’에 30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 이 종목은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다. 금값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이 종목을 사면 금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 이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금광 개발 업체인 앵글로골드 아샨티, 캐나다 금광 개발 회사인 킨로스 골드 등 3개 금 관련 자산에 총 5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외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캐피털원파이낸셜(미국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주에 48억 달러, 와이어스(미국 제약 업체)·셰링프라우(바이오 시밀러 회사)·보스턴사이언티픽(의료 장비 제조업체) 등 의료 관련 주식을 52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영국은행을 굴복시킨 소로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펀드 매니저다. 영국 중앙은행(영국은행)을 무릎 꿇린 일화는 이미 전설이 됐다. 그는 92년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파운드화를 무차별 공매도했다. 영국은행이 단기 금리를 10%에서 15%로 인상하는 등 극약 처방을 동원해 파운드화 가치 사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로스 회장은 이 거래로 한 달 만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소로스 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석유다. ‘톱10’ 보유 (주식) 종목의 절반이 석유 관련 기업이다. 헤스·PXP는 미국,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인터오일은 캐나다 정유 회사다. 웨더포드인터내셔널은 미국의 정유 서비스 회사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강하게 믿는다. 공급은 제한돼 있고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유가는 70% 넘게 올랐다.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를 2억4500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혜가 예상되는 세계 최대 비료 업체인 POT에 2억6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30여 년간 연 15% 수익 낸 달리오
레이먼드 달리오가 75년에 세운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한때(2008년 말 기준) 386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며 세계 최대 헤지펀드 자리에 등극했다. 창립 후 최근까지 30여 년 동안 연평균 15%의 수익을 올렸다.그가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시장’과 ‘전통’의 힘에 대한 믿음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자산은 ‘SPDR 트러스트 시리즈1’이다. 전체 운용 자산의 4분의 1가량을 투자했다. 이 종목은 미국의 대표 주식 500개를 모아놓은 S&P500 지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ETF다. 이걸 샀다는 것은 시장 수익률에서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다른 매니저들이 중국·브라질 등의 대형주를 직접 사는 것과 달리 그는 이머징 마켓 투자도 ETF를 통해 했다. 개별 주식 위험을 지느니 시장 위험만 부담하겠다는 의도다.

개별 주식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탄탄하게 사업을 해 온 업체를 골랐다. 미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미국 가정용품 생산 업체인 뉴웰러버메이드, 미국 소형 화물 운송 업체인 워너 엔터프라이즈 등을 대거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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