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당은 공당답게 떳떳이 수사에 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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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동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계좌를 통해 지난 3년간 170억원의 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전교조 교사 2000여 명과 전공노 공무원 600여 명이 한때 민노당에 가입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 누구보다 투명함과 떳떳함을 강조해 온 정당과 단체들이어서 실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선관위에 신고한 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에 검은 돈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 장치다. 그런데 민노당은 미신고 계좌로 엄청난 돈을 모금하고는 곧바로 등록계좌로 옮겼다. 징검다리를 거침으로써 누가 얼마를 냈는지, 불법은 없는지 선관위가 알 수 없게 됐다. 민노당은 회계관리자의 실수라고 하지만, 돈의 ‘꼬리표’를 감추려는 것이란 의혹 제기가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게다가 민노당은 경찰과 대치하면서까지 전산망 하드디스크 2개를 빼돌렸다. 전교조와 전공노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바로 그 서버에서다. 진정 떳떳하다면 ‘재산권 행사’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경찰 수사에 당당히 응할 일이다.

민노당은 집권을 목표로 한 진보정당이다. 국회에 입성하고 대통령후보까지 낸 공당(公黨)이다. 무슨 비밀결사체인 양 숨기고 감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야 할 시대도 아니다. 불투명성과 불법으로는 절대 민의(民意)를 얻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목적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닌가. 국민 앞에 밝힐 것은 밝히고,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 그게 그들이 내세우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