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수능' 대혼란] 2. 대입 좌우하는 내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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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수능 성적 인플레로 수험생은 대입 지원에, 대학은 학생 선발에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고교들의 내신 성적 부풀리기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신 성적에서 '수' 를 준 비율이 최고 88%인 고교가 있는가 하면 3%에도 못미치는 고교도 있는 등 고교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는 13일 전국 1천8백47개 고교의 수능 성적과 학생부(내신)성적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교육부가 2000학년도 대학 입시 전형자료로 제공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극심한 내신 격차〓수능 성적 최상위권 15개 고교를 보면 지방 M고는 전교생의 88%에게 '수' 를 줬다. 그러나 H고는 63%, 그중 '수' 가 가장 적은 S고는 35%였다. 같은 성적대의 고교에서 '수' 의 비율이 무려 53%포인트까지 차이가 난 것이다.

이들 학교의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는 내신 성적을 후하게 받은 M고 학생들이 유리해진다.

특히 이번 수능처럼 변별력을 잃었을 경우엔 내신 성적이 합격 여부를 가르게 된다.

또 수능 상위 10%에 든 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D고는 63%에게 '수' 를 줬다.

이는 수능 상위 10%에 든 학생이 3학년 1백명 중 90명이 넘는 C고가 '수' 를 준 비율(35.37%)의 두 배 수준이다. 내신 부풀리기 우려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수능은 이미 상위권 대학에서 선발 기능을 잃었고 고교 내신은 대학으로부터 신뢰성을 잃었다" 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 부풀리기는 수.우.미로 반영하는 고려대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서울대 등 일부 대학처럼 석차백분율을 이용하는 게 좋다" 고 말했다.

◇ 고교별 성적 차이〓지난해 수능에서 학생 중 90% 이상이 수능 성적 상위 10% 이내에 든 학교가 15개였다.

그중 서울 H고, 지방 M고.B고는 3학년 전체가 수능성적 상위 10% 안에 들었다. 상당수가 특수목적고교와 비평준화 명문고교였다. 이에 비해 지방 T고 등 8백23개교는 수능 성적 10% 안에 단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1천44개교가 3학년생 1백명 중 2명 이하가 수능 성적 10% 안에 포함되는 수준이었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수능 성적으로 비교할 때 최상위권 학교는 전체의 0.8%에 불과한 반면 최하위권 학교는 전체의 56.5%나 됐다" 며 "고교 학력이 하향 평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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