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희 교육 "수능 난이도 조정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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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수능은 곤란도(난이도) 조정에서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실패지, 출제위원들 도덕적 해이는 아니다. "

교육부 이돈희(李敦熙.사진)장관은 수능성적 발표 직후인 12일 중앙일보와 단독 기자회견을 갖고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없으며 현행 수능 제도 자체가 실패 요인을 안고 있다" 고 말했다.

- 실패 요인이 있다는 뜻은.

"나도 (대학교수 시절) 출제위원으로 들어가 보니 학생들에게 무엇이 어려운 문제인지, 쉬운 문제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교수들을 합숙케 해 출제시키고, 교사들이 잠깐 검토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내년부터는 검토위원회에 교사들의 참여를 더욱 늘릴 생각이다. "

- 출제 당국 문책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쉽게 낸 것은 아니다. 본래 시험 당일에 2~3점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에서 기술적 오차가 커진 것이다."

- 그러면 내년엔 어려워질 것인지.

"내년에는 가능하면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가 1백점 만점에 77점(올해 84점)수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도박에 가까운 단판 승부로 대입이 결정되는 연 1회 수능은 개선이 안되나.

"여러번 수능을 볼 기회를 주려면 문제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문제 개발과 타당도 검사 등이 전혀 안돼 있으므로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 "

- 쉬운 수능으로 논술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총점제의 폐해다. 모든 전형 방식이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02학년도에는 총점제 문제가 해소된다. 분명 달라진다. "

- 새 대입제도가 정착하는데 걸림돌은.

"학생을 뽑는 일을 가장 편하게 해온 게 우리나라 대학이다. 미국 대학들은 지원할 것 같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온갖 정보를 다 준다. 우리는 학생을 위해 해준 게 무엇이 있나. "

- 대학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심층면접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자질을 읽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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