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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양재호-유창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劉9단 투터움으로 오랜만에 완승

제6보 (133~169)〓반상에 가득하던 전운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형세가 일목요연해지면서 옥쇄와 타협을 놓고 노심초사하던 梁9단의 얼굴도 조금씩 평온해졌다. 그의 가슴을 억누르던 격정과 분노도 점점 수그러들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못 둘 수 있을까" 하고 梁9단은 국후 한탄했다.

"몇년 만에 이런 바둑을 둬봤다" 고도 했다. 한달여 동안이나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혔고 정신을 집중하며 이 날의 대국을 기다려왔는데 내용은 최악이 되고만 것이다.

"전혀 힘을 못쓰고 졌거든요. 초반에 한번 엷어진 뒤 일방적으로 밀려버렸습니다. 그게 부끄러웠던거지요. " 홍태선8단이 이렇게 덧붙였다.

마무리 수순을 보자. 劉9단이 133, 135로 한점을 잡자 梁9단은 138부터 142까지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이 부근은 흑이 워낙 두터운 곳이라 145로 한점이 잡혔을 뿐 대가는 시원치 않았다.

166의 시점에서 계산해보자.

▶흑집은 좌하 2집, 우하 12집, 중앙과 우상이 23집, 좌상 13집 해서 합계 50집.

▶백집은 좌변 20집, 하변 4집, 우변 7집, 상변 4집 해서 35집.

반면 15집 차이가 나고 있으나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梁9단은 던질 기회를 놓친 채 계속 둬나가고 있다. 劉9단도 초읽기에 몰린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오랜 슬럼프 끝에 삼성화재배에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행여 그걸 놓칠세라 劉9단은 대우세를 확인했으면서도 한수 한수 정성을 다하고 있다.

167, 169도 대마의 눈을 없애며 집을 짓는 좋은 수였다. 이것으로 하변 흑집은 좀더 늘어났다. 그러나 백은 A쪽으로 공배를 연결해야 한다. 梁9단은 숨가쁜 초읽기에 밀려 30여수 더 둬본 뒤 결국 돌을 던졌다. 오랜만에 보는 유창혁의 완승국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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