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컷 런스 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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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어두운 젊음의 군상들. 그들에겐 탈출구가 없다. 1990년대 후반,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들은 인상적이었다.

대니 보일의 '트레인 스포팅' 이나 유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그리고 프루 첸의 '메이드 인 홍콩' 이 그랬다.

재미교포 2세 이재한 감독의 '컷 런스 딥'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많은 한국계 아이들을 보았고, 그들의 다수가 세상에 대한 분노로 깡패가 돼 망가졌다" 고 말한다.

'컷 런스 딥' 은 한국계 젊은이들의 울분과 상처를 녹여낸 영화로 소수계로서 겪는 방황과 분노가 새삼 짜릿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중국집 배달원 벤(알렉스 매닝). 그는 한국인 갱단의 보스 JD(데이빗 맥기니스)에 매료돼 그를 따른다.

갱단의 일상은 폭력과 섹스와 마약. 그 곳에 익숙해질 무렵 매춘부 미나와 사랑에 빠지며 그는 점점 나락의 길로 접어든다.

뉴욕에서 촬영하고 스태프들 역시 현지인들로 구성한 이 영화는 97년 제작에 착수했지만 IMF로 제작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는 바람에 개봉이 늦어졌다.

무용가 안은미씨가 JD의 어머니로 출연해 작두타기를 선보이고 음악은 정원영.강기영씨가 맡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16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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