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소년' 이세돌3단, 첫 타이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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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불패소년' 이세돌3단(17.사진)이 드디어 첫 타이틀을 따냈다.

멀리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올라온 얼굴이 새까맣던 소년이 서울에 온 지 7년 만에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즐비한 바둑계에서 정복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세돌은 지난 6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전에서 유재형4단을 3대 0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유창혁9단과 서봉수9단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 이창호9단을 누르고 올라온 무명의 강자 유재형을 간단히 제압한 것이다.

이세돌은 또 배달왕기전에서 이창호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유창혁과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마지막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명실공히 이창호 이후를 책임질 한국 바둑의 새 강자로 등장하게 된다.

바둑계가 이세돌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놀라운 파괴력과 천재성 때문이다. 李3단은 2000년이 시작되자마자 내리 32연승을 달려 1990년 41연승을 기록했던 이창호에게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졌다.

현재 70승16패로 다승왕이 확실한 그는 올 들어 이창호에게 1승1패, 조훈현에게 2전2승, 유창혁에게 4승2패, 서봉수에게 2승2패를 거둬 지난 10여년간 바둑계 부동의 지배자였던 4인방에게 9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수읽기가 깊고 빠르며 대담하고 전투에 강하다. 기풍(棋風)의 계보로는 이창호 쪽이 아니라 조훈현9단 쪽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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