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방한한 덴마크 카르스텐 모겐센 산타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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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크리스마스 이브, 양말을 머리맡에 걸어 놓고 밤새 뒤척였던 어린시절의 추억. 그 기억의 한 가운데에는 늘 빨간옷을 입고 "허허허~" 하며 호쾌하게 웃던 산타클로스가 있다.

굴뚝으로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간다는 산타클로스가 지난 6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 어린이들이 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런지 확인하려고 왔죠. "

산타클로스 경력 16년의 덴마크 출신 카르스텐 모겐센(47.오른쪽)이 밝힌 방한 이유다. 스칸디나비아 관광청 한국사무소 초청으로 아내 울라(41.왼쪽).딸 트리네(14)와 함께 온 이들 산타클로스 가족은 7일 서울대병원 소아병동을 찾아 선물과 함께 캐롤송을 들려주고 마술쇼도 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인 RLR을 운영하면서 기자로도 활동하는 그가 산타클로스가 된 것은 1984년.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없었다. 산타클로스가 준 행복한 기억이 이유라면 이유일까. "4살 때인가, 산타클로스에게서 소방차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때의 감동과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저도 어린이들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

그가 회원으로 있는 '그린랜드 산타클로스 재단' 에는 1백50명의 산타클로스가 있다. 평소엔 각자 직장에서 일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1, 12월에 산타클로스로 탈바꿈을 한다.

산타클로스가 되려면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진정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으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산타클로스 특유의 웃음인 '허허허' 를 잘해야 한다" 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람들에게 산타클로스는 감정적 공통분모와도 같아요. 좋은 사람.순수한 사람.멋있는 할아버지 등이 바로 그것이죠. 선물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요. "

루돌프는 어디 있냐고 묻자 창밖을 바라보며 "저기 날아다니는 게 보이지 않냐" 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산타클로스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선물 받으려고 크리스마스때만 착한 어린이가 되면 안돼요. 산타는 모든 걸 알고 있으니 늘 건강하고 씩씩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산타에게 편지하세요. 주소는 SANTA CLAUS, NUUK, GREENLAND랍니다. 어린이 여러분, 편지 많이 주세요. "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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