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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문화유산을 찾아] 6. 철원 승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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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강원도 철원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문화답사지로 손색이 없다. 고석정과 도피안사·궁예도성·직탕폭포·순담계곡 등 ‘철원팔경’외에 여름철엔 한탄강 급류를 타는 래프팅을 즐기고, 겨울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천둥오리·기러기 등 30여종의 철새를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건넜다는 한탄강과 성을 쌓고 왕건과 대치하다 패색이 짙어지자 병사들을 해산시켰다는 '명성산(일명 울음산)', 임꺽정이 은거하며 활동했다는 고석정 등 TV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한 역사적인 명소가 즐비하다.

조금만 북으로 발길을 돌리면 백마고지·월정역·노동당사·승일교 등 분단의 아픔이 서린 전쟁유적지가 흩어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승일교는 남북 합작으로 만들어진 다리로 유명하다.

‘이다리 반쪽은 네가 놓고/나머지 반쪽은 내가 만들고/짐승들 짝지어 진종일 넘고/강물 위에서는 네 목욕하고/그 아래서는 내 고기 잡고/물길 따라 네 뜨거운 숨결 흐르고…’(신경림의 시 '승일교' 중에서)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와 갈말읍을 잇는 승일교는 북한이 1948년부터 갈말읍 쪽에서 공사를 해오던 중 6·25전쟁이 터져 중단됐다. 세개의 교각위에 아치형을 이루고 있는 이 다리에는 구 소련의 유럽공법이 도입됐다. 진남포 제련소 굴뚝을 설계한 북한의 김명여 교사가 설계·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54년 수복 이후 국군은 임시 가교인 목조 다리를 놓아 통행했으나, 4년뒤인 1958년 정부에서 북한 공법과는 다른 공법으로, 지금의 콘크리트 다리로 1958년 12월 준공했다.

공사를 시작한 사람과 마무리 한 사람이 다르다 보니 양쪽의 아치 모양이 조금 다르다. 북측에서 먼저 지은 아치는 둥글게, 우리 것은 둥근 네모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은 원래 한탄교라고 이름을 지어놓았지만 준공이후 승일교로 불리게 됐다.

이 이름에 대해서는 남북합작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당시 대통령인 이승만의 승(承)자와 북한 김일성의 일(日)자를 딴 것이라는 그럴싸한 얘기도 있지만, 6·25 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승일(朴昇日)대령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되어있다.

높이 35m, 길이 1백20m, 폭 8m. 당시로선 큰 규모였기에 이 지역의 명물이 됐고, 영화 ‘빨간 마후라’의 마지막 장면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은 지난해 7월 개통한 1백66m짜리 붉은색 철제 '한탄대교'에 가려 역사의 유물로 남아있다. 최근 철원군은 북한이 지은 노동당사, 일제시대 지어진 암정교와 함께 승일교에 대한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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