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12·5 개각 특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가 5일 단행한 개각의 최대 특징은 집권 자민당 내 거물급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지지율 추락으로 궁지에 몰린 모리가 '인사' 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직 총리인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에 이어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총리가 입각한 것은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쇼' 였다.

정책유지를 위해 경제.외교 등 주요 각료를 유임시키는데서 오는 신선미 부족을 메운데다 내각의 중량감도 커졌다.

행정개혁 입안자인 하시모토는 재임 중 오키나와(沖繩)미군기지 감축과 러시아로부터의 영토 반환문제를 주도, 행정개혁 및 오키나와.북방담당 특명상에는 안성맞춤이란 평이다.

미야자와 역시 199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 이래 경제 조타수를 맡아 안정감을 주고 있다.

차세대 주자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특징이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문부과학상,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경제재정 담당 특명상,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경제산업상은 모두 정책에 밝은 21세기 총리 후보감들이다.

3명의 기용은 정책통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 정조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옛 고모토(河本)파 회장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전 외상의 법무상 기용도 주목된다.

개각에 따른 정책상의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리 총리가 새 시정방침을 내지 않은데다 경제.외교 등 요직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對)한국, 대북 정책도 그대로 유지되고, 경제정책에서도 당분간 경기부양책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치무라 문부과학상이 현행 역사 교과서의 역사 기술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익단체가 검정을 신청한 교과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번 개각으로 모리가 안정궤도로 올라설 지는 미지수다. 거물급 '투톱' 의 기용으로 지지율이 오른다 해도 그의 위상은 반대로 낮아질 수 있다. 자민당 내에는 여전히 모리체제로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