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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랭킹 1위 누가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1999년 세계랭킹 1위는 단연 이창호9단이었다.

2000년 랭킹은 아직도 혼미해 오는 11~15일 열리는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에서 사실상 결정된다. 이 대회에서 유창혁9단이 우승하면 그는 LG배 준우승까지 합쳐 아슬아슬하게 1위가 된다.

그러나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8단이 우승하면 사태는 복잡해진다.

5대 메이저 세계대회를 기준으로 한 2000년 세계랭킹은 삼성화재배와 잉창치(應昌期)배 결승이 아직 끝나지 않아 12월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리무중이다.

잉창치배는 이창호9단이 창하오(常昊.중국)9단을 2대0으로 압박하고 있어 나머지 세판 중 한판만 이기면 된다.

즉 우승을 거의 굳힌 상태니까 '이창호 우승, 창하오 준우승' 으로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삼성화재배다. 유창혁9단이 일본의 야마다8단을 1대0으로 리드하고 있지만 아직은 먼 길이다.

한국기원은 랭킹을 매길 때 5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10점, 준우승은 7점, 4강 4점, 8강 2점, 16강은 1점을 준다.

잉창치배가 이창호 우승으로 굳어졌다고 보고 현재까지의 점수를 내보면 다음과 같다.

▶이창호9단〓17점 ▶조훈현9단〓19점 ▶창하오9단〓17점 ▶왕리청(王立誠)9단〓13점 ▶위빈(兪斌)9단〓12점.

그런데 유창혁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면 21점을 얻어 1위가 된다. 준우승을 하면 18점으로 조훈현9단이 1위. 다시 말해 삼성화재배의 결과에 따라 올해의 랭킹이 바뀌는 것이다.

이같은 랭킹 매김은 한국기사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의 3강은 5대 대회에 모두 출전한 반면 유력한 경쟁자인 창하오9단이나 왕리청9단은 3개 대회만 출전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세계대회는 일본기사의 몰락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의 최강자로 꼽히는 이창호9단이 세계대회 초반 탈락이 잦아 랭킹1위에서 밀려나는 이변을 연출한 것도 올해 바둑계의 한 특징이 될 것 같다.

부진으로 얼룩진 한해를 보낸 유창혁9단이 과연 연말의 대역전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설 것인가. 아니면 신예 야마다8단이 첫 우승을 거두며 침체에 빠진 일본바둑의 부활을 이끌 것인가.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2국이 11일, 3국이 12일, 4국이 14일, 5국이 15일 열린다.

장소는 서울 삼성화재 본사 특설 대국장. 우승상금은 2억원. KBS-TV, 그리고 한국기원과 삼성화재가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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