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격렬시위에 농림장관 2시간 갇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농가부채 경감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국 10여곳의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농가부채 경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농민들은 오는 7일 시.도별로 2차 농민대회를 열기로 해 또 한차례 격렬한 시위가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全農)은 이와 관련, "당정이 농민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지난달 말 '농어가 부채 특별법안' 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2차대회를 열기로 했다" 고 밝혔다.

전농측은 ▶정책.상호금융 자금상환 연장▶연체이자 탕감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2일 오후 3시쯤에는 경북도 농민 5천여명이 의성군 의성역 광장에서 '2000 경북농민대회' 를 열고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농민 3천여명은 이에 앞서 낮 12시쯤 한갑수(韓甲洙)농림부장관이 농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던 의성군청으로 몰려가 각목을 휘두르고 사과와 돌멩이 등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군청과 인근 상가 유리창 1백여장이 깨지고 전경 7명이 부상했으며 韓장관이 청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2시간여 동안 군수실에 갇혔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군청에 도착한 韓장관은 당초 한시간 정도 간담회를 하고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농민 시위가 약해진 오후 2시30분쯤 군청 현관으로 나와 "장관직을 걸고 연말까지 농가 부채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한 뒤 헬기편으로 상경했다.

또 전남 보성군 농민 2백여명은 지난달 30일 보성군청에서 전업농.양돈.한우 등 11개 농민단체협의회 발족식을 갖고 '보성군 농민 공동 파산' 을 선언했다.

농민들은 ▶농기계 반납▶농산물 야적▶부채 현물상환 투쟁 등을 벌이기로 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