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발언땐 박살" 장재식 위원장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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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일요일인 3일 오전 일찍 권철현(權哲賢)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李총재는 민주당 소속인 장재식(張在植)예결위원장의 메모 파문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張위원장은 지난 1일 예결위 회의장에서 '오늘 김용갑이 다시 미친 발언을 하면 박살을 내라. 회의가 중단되더라도' 라는 내용의 메모를 같은 당 김경재(金景梓)의원에게 전달했다.

'민주당은 북한 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이 비슷한 발언을 하면 제지하라는 주문이었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李총재는 "축구시합에서 심판이 '봐줄테니 상대 선수를 박살내라' 고 말한 것과 같다" 며 "이럴 땐 심판을 바꿀 수밖에 없다" 고 張위원장 교체를 요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예결위 위원들은 이미 2일 "張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예결위에 참여할 수 없다" 는 성명을 내고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張위원장이 박종근 의원에게도 '왜 악을 써. 내가 당수가 몇단인데… 싸울래' 라고 했다" 고 말했다.

이날 예결위는 열리지 못했다. 양측의 대치가 계속되면 8일 또는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려던 여야 합의가 이행되기 어려워진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2일로 이미 지난 상태. 이에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張위원장이 이미 1일 본회의에서 유감 표명을 했다" 며 "한나라당의 의도는 정기국회를 넘겨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해서" 라고 주장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체포동의 요구서가 제출된 의원(한나라당 鄭寅鳳)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를 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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