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추가상봉"…선원 전원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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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납북자 가족에게도 상봉기회가 온 게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1987년 납북된 동진호의 갑판장이었던 아들 姜희근(49)씨를 평양에서 극적으로 만난 金삼례(73)할머니와, 상봉 소식을 들은 姜씨의 남쪽 아들 현문(16.강화군 교동종합고1)군은 또 한번의 기약없는 헤어짐에 말을 잇지 못했다.

"네 아버지는 먼 곳으로 일하러 갔다" 며 손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했던 할머니와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던 손자의 13년 세월이 한순간에 눈 녹듯 했다.

이번 상봉에서 칠순 생일상까지 받은 金씨는 "아들이 88년 북한에서 결혼해 예쁜 며느리에다 손자(12)까지 두고 있어 여한이 없다" 고 말했다.

특히 이번 상봉에서 金씨는 동진호 다른 피랍자의 근황도 확인하는, 예상치 못한 '선물' 도 가져왔다.

金씨는 "상봉기간 중에 북측 인사가 '동진호 선원들(12명)이 서로 왕래하며 잘 살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납북자들을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날 수 있을 것' 이라고 귀띔했다" 고 밝혔다.

金씨에 따르면 다른 선원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북측 인사가 "여기는 사람 생명을 함부로 하는 데가 아니다.

다들 살아 있다" 며 "지난 9월 아들 姜희근씨의 생일 때 평북 동림군 소재 집에 선원 동료들이 다녀갔다" 고 근황을 전했다는 것.

그러나 金씨는 "북쪽 안내원들에게 늘 둘러싸여 아들에게 다른 선원들의 이름이나 사는 곳을 묻지 못했다" 고 말했다.

한편 姜씨의 아들 현문군은 "북한에서 결혼해 자식까지 두고 산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 없이 자란 13년 세월이 섭섭했다" 면서도 "덕분에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사셨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는다" 고 기뻐했다.

姜씨가 87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납북될 당시 세살배기였던 현문군과, 재가한 며느리 대신 손자.손녀를 길러야 했던 金씨.

이들은 매달 20만원이 채 안되는 정부보조금과 金씨의 동네 농사 품팔이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현문군은 "아버지에게 혼나는 친구들을 보면 내게도 꾸중해줄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며 "그럴 때면 집에 돌아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그리움을 달랬다" 며 눈시울을 적셨다.

강화도=전진배.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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