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 강국'뒤의 어두운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0~39세 인구 2377만명 중 인터넷에 중독됐거나 중독 가능성이 있어 치료나 예방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이 무려 42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터넷 중독을 상담해 줄 전문가는 260명에 불과하며, 이들을 활용할 창구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인터넷 이용자 수 세계 4위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외형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어 음란사이트는 영어 사이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성인은 물론 중.고생, 초등학생까지 인터넷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학생들은 또 인터넷 사용시간의 30% 이상을 게임에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 '음란물.게임 사용 강국'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음란물과 게임, 화상채팅에 파묻혀 현실로부터 괴리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고생 10명 중 4명이 인터넷 중독 상태란 통계도 있다. 수많은 청소년이 외부와 차단된 채 종일 인터넷 음란물과 게임이 빠져 있는 곳은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실제로 PC방에서 며칠 내내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채팅에 빠져 가정파탄에 이르는 등 인터넷 중독의 폐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중독 장애가 개인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음란물 차단 노력을 강화하고 인터넷 중독의 예방-상담-치료-재활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정화, 그리고 학교와 가정의 공동 노력도 필수적이다.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거실로 나오게 하고 다른 활동을 권유하는 등 게임과 인터넷에 몰입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치유와 예방 없이 한국은 진정한 인터넷 강국, IT 강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