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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스펙쌓기 ② 김현태 <수원고 2>

중앙일보

입력

“두발·복장 자율화나 체벌 금지, 학내 집회 허가 문제는 몇몇 학생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요.”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학생참여기획단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현태(수원고 2)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김군은 전교 30등 정도의 내신성적으로 수시모집을 노리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만을 위해 사회참여활동에 나선 것은 아니다.


“불합리한 점이 보여도 당연히 감내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모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의 인권인데, 누가 지켜주나요.” 정치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군은 요즘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위해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중·고교생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학생참여기획단을 통해서다. 온라인 활동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오프라인 모임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 열린 2차 모임에서는 20여명의 참가 학생들로부터 각 학교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 이를 조례 심의위원인 경기도 교육위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군이 사회참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대한민국 청소년의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정치가의 꿈은 중학교부터 시작됐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청소년의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군은 “공부만 해서는 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며 “단체 활동으로 나만의 경력을 쌓고 이를 통해 꿈에 한발짝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의원 선거와 ‘아수나로’라는 청소년 인권단체에 가입한 후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가의 꿈을 준비하기 시작했죠.“

김군의 내신 성적은 교내 200여명의 문과 학생 중 30등 정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능모의고사에 취약해 수시전형 지원을 고민 중이다. 입학사정관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김군은 “처음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두고 대외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며 “워낙 사회현상들에 관심이 많았고 누구보다 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사회관련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역사·정치·외교학에 관심이 많다. 1주일에 1권 정도 읽는 책들도 대부분 이 분야와 관련돼 있다. 청소년의원 출마 전까지는 사회인식의 통로로 책을 활용했다. 요즘에도 틈만 나면 손에드는 책이 우리역사이야기Ⅲ권과 강준만 교수의 『나의 정치학사전』이다. 그는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생각이 자연스레 적극적으로 바뀌더라”며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김구 선생을 꼽았다. 문화강국이 자신의 정치철학이라는 김군은 “함께 할 문화가 적다는 것은 곧 함께 생각할 공간이 적다는 의미도 된다”며 “요즘 학생들이 깊게 생각하기 싫어하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김군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활동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다. 물론 의도를 갖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 보면 자신의 ‘정치’를 위한 활동이다. 온라인 모임으로 이뤄지는 ‘희망’활동은 주로 토론으로 이뤄진다. 특정한 주제를 논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자연스레 사회이슈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김군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며 “여기서 공부도 할 수 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생각을 여론화하기 전에 반응을 먼저 체크해보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청소년의회 이름으로 선거권 연령제한 인하 입법청원을 내기 전, 또래친구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해 본 것도 여기서다.

김군은 “입학사정관제는 단기간에 의도적으로 준비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나도 목표를 일찍 세우고 꾸준히 독서나 신문으로 관심을 가진 덕분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회장에 출마했다 떨어진 경험이 있다. 공약이나 자질보다는 퍼포먼스가 부족했다는 자평이다. 그래도 학내 활동은 계속 할 계획이다. 학생회 임원으로 참여할 생각은 없지만 학생회장이 친한 친구라 두발규제 완화와 교내 특별활동(CA)시간 확보와 같은 자신의 공약을 친구를 통해 실현할 생각이다.

“지금의 입학사정관제가 수상경력이나 스펙이 좋은 학생들 위주로 선발하고 있는 것 같아 여기에 발맞출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니까 적극적으로 하다보면 입학사정관들이 알아주겠죠.”

[사진설명]정치가가 꿈인 김현태군은 요즘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위한 설문조사 준비에 바쁘다. 사진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 서 있는 김군.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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