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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벤치마킹했지만 … 길 잃은 ‘도요타 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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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도요타 딜러 정비공장에서 한 직원이 리콜 조치로 정비를 받기 위해 들어온 도요타 캠리의 가속페달을 손보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해 오던 도요타 생산방식(TPS)이 도마에 올랐다. 도요타자동차가 생산성 향상과 품질을 앞세워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대규모 리콜이 이어지면서 TPS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12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혁은 대량생산으로 이끌었던 1920년대의 포드 방식과 품질 개선을 이끌어낸 20세기 후반 도요타 방식이 꼽혀왔다.

그동안 TPS는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뿐 아니라 현대차·폴크스바겐·아우디 등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벤치마킹해 왔다.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GE·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과 대학교·병원에서도 2000년 이후 TPS를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TPS는 하버드·MIT 경영대학원의 교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도요타가 TPS를 해외에 전파해 글로벌 표준화를 꾀했지만 당분간 이런 움직임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드러난 JIT=도요타 TPS의 핵심은 적기에 부품을 공급해 무재고를 추진한다는 저스트인타임(JIT)과 3현주의(현지·현물·현장)다. 1960년대 도요타가 도입한 JIT는 매장에 진열한 물건이 줄어드는 속도를 점검해 새로운 물품을 보충하는 미국 수퍼마켓의 재고관리에서 따왔다. 고객이 차량을 주문하면 이 정보가 부품업체에 전달되고 이후 부품 공급이 시작돼 공장에서 차량 조립에 들어가게 된다. 궁극적으로 무(無)재고를 목표로 한다. 부품 재고를 창고에 잔뜩 쌓아놓고 컨베이어 벨트에서 대량 생산을 해왔던 포드 생산방식과 대조된다.

JIT에 따르면 판매가 줄면 자연스럽게 생산이 감소해 ‘2개월 이내’에는 생산과 주문이 적정점을 찾는다. 이에 따라 재고가 줄어들고 기업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JIT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2개월 이내’ 조정은 고사하고 도요타는 금융위기 이후 내내 미국·일본에서 엄청난 재고에 시달려야 했다. 금융위기 이후 1년 동안 줄인 재고만도 무려 200만 대에 달했다.

나고야 주쿄대 전우석(경영학) 교수는 “JIT는 자동차 업체가 쌓아 놓을 재고를 부품업체 창고에 쌓아놓는 편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일본처럼 도요타와 부품업체가 수직 계열화한 관계에서는 JIT가 가능했지만 미국처럼 수평 관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공개한 2007년형 렉서스 ES350의 페달 사진. 이 차는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끼거나 감겨 페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일으켰다. [AP=연합뉴스]

◆3현주의의 한계=해외 공장이 위치한 현지에서 최적의 부품을 조달한다는 현지·현물주의도 허점을 드러냈다. 미국 현지 부품업체인 CTS가 공급한 가속페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미국에서 가속페달을 조달했지만 결과적으로 품질에 결함이 발생한 것이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현장 작업자의 자발적인 개선 활동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현장’을 추가해 3현주의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노사관계가 좋은 일본에서는 가능했지만 해외 공장으로 확산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도요타 미국판매법인의 부사장을 지냈던 이마히 히로시는 “일본 부품업체들은 도요타가 별도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자사 부품을 사용한 도로 테스트를 하지만, 미국 CTS는 계약 내용에 없는 이런 테스트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점에서 현지·현물주의를 전 세계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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