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복통에 구토 나면 장 중첩 … 빨리 응급실 가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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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울고 보챌 때만큼 답답한 일이 있을까. 대부분 통증과 같은 몸의 이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린이 통증을 빈도 순으로 보면 복통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두통·팔다리 통증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영아는 산통이 많다. 영아 산통이란 아기가 배고픈 시간도 아닌데 자지러지게 발작적으로 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생후 3개월 이전에 나타나는데 다리를 오그리기도 하고, 창백해지며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는다. 이때는 아기를 조용히 세워서 안아주고, 엄마와 배를 마주 대고 안정시키는 게 최선의 치료법이다. 증상이 아주 심하면 진경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생후 3개월 이후에는 급성 위장염을 의심한다. 먹은 것을 토하고, 설사를 하며, 열이 난다. 심한 경우 탈수증으로 치료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2∼3일 내에 좋아진다. 한 살 전후로는 장중첩증이 있을 수 있다. 배가 아파서 울다 쉬다를 반복하며, 토하기도 한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장중첩증이 의심되면 바로 응급실로 가서 꼬인 장을 풀어야 한다.

학교에 다닐 나이에는 소위 맹장염이라고 하는 급성충수염이 복통의 원인이다. 배 전체가 아프다가 오른쪽 아래쪽의 통증이 심해지면서 미열·구토 증세가 있다. 걸을 때도 아파한다. 급성충수염이 의심되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치료방법은 오직 수술이다. 소아의 급성충수염은 자칫 터져서 복막염이 되기 쉽다.

감기 초기에 목이 부을 때도 배가 아프다고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 장간막 림프절이 부어 배가 아픈 걸로 추정된다. 감기 치료를 하면 복통도 함께 사라진다.

만 416세에서 3개월에 3회 이상 반복적으로 배가 아픈 것을 ‘만성 반복성 복통’이라고 부른다. 학령기 아동의 10%에서 발생한다. 이 중 10%만이 기질적 원인이 있는 복통이다. 여아가 남아에 비해 1.5배 더 많다. 통증은 배꼽 주위에 주로 나타나고,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지는 않는다.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밀 검사를 시행해도 이상 소견은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통증을 유발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발작성 복통일 때는 진경제 등을 쓰지만 치료효과는 불분명하다. 소아 복통은 응급 상황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5세 미만이거나 배꼽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의 통증, 등·어깨·다리로 뻗는 방사통, 그리고 구토·토혈·복통과 동반된 설사, 변비·직장 출혈·발열 관절통·발진 등 전신증상을 동반한 경우 등이다.

권희정 권소아청소년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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