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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KT 관련 주에 관심, 세금·사기에 주의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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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호 26면

30대 회사원 J씨는 장외주식 투자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7년 초부터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정규 증시에서 거래되지 않는 장외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장외라서 투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은 있지만 뒤집어 보면 ‘대박’의 기회도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주정완 기자의 장외주식 거래 체험기

그는 우선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를 둘러보며 투자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금호생명이 눈에 들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fss.or.kr)에 들어가 재무제표를 자세히 살펴봤다. 2006년 3월 결산에서 75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고, 그전에도 매년 200억~400억원대의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었다. 당시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1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저평가 우량주’라는 판단이 섰다. 여기에 ‘생명보험회사 상장’이란 재료가 겹치면 상당한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J씨에게 행운이 따랐는지 주식을 사자마자 금호생명의 주가는 급등했다. 2007년 6월 말에는 한때 3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그 후 주가가 내려가 3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차익 실현의 타이밍을 엿보던 그에게 2008년 1월 주가가 반등하며 기회가 찾아왔다. 3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미련 없이 모두 처분했다. 그는 “정확한 거래 주식 수를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차익이 대략 1000만원은 넘는다”고 말했다.

이후 금호생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3월 결산에서 대규모(1954억원) 적자 기록과 지난해 말 금호그룹 워크아웃 등이 악재가 됐다. 최근엔 7000원대에서 거래된다. J씨로선 절묘한 타이밍에 주식을 팔아 치웠지만 반대편에는 비싼 값에 주식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본 사람도 있다. ‘고위험 고수익’이란 장외시장의 특성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제2의 삼성생명’ 찾기 열풍
최근 J씨 같은 ‘고수 개미’ 중에는 장외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식 거래 경험이 풍부하고, 나름대로 종목을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투자자들이다. 장외주식의 대표 블루칩(우량주)으로 통하는 삼성생명이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40만원대에 머물던 삼성생명의 장외 주가는 지난달 중순 150만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해 2월 첫째 주엔 13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지금 장외투자자들 사이에선 ‘제2의 삼성생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며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후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시 장외시장으로 몰려오면 시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장외주식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의 엄기섭 팀장은 “장외시장은 매수·매도자를 찾아 거래하는 스타일이 정규 증시와 다르긴 하지만 요령만 알면 별로 어렵지 않다”며 “거래 상대방이 사기를 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한 건의 신고도 들어온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 대표와 엄 팀장의 조언을 바탕으로 기자도 직접 장외주식을 사 보기로 했다. 사람의 혈관 속을 헤엄치는 ‘의료용 로봇’처럼 기자가 직접 생생한 현장을 체험해 보는 취지였다. 실제 투자 목적은 아니었기에 거래금액은 100만원 이내에서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외주식 사이트의 회원 가입이었다. 가입 절차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와 비슷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쳐 넣고 실명을 확인한 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정했다. 주소·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도 등록했다.

다음은 투자 종목을 골라 ‘사자’ 주문을 올리는 것이었다. 프리스닥 정 대표의 추천을 받아 삼성SDS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삼성그룹 계열로 매년 2000억원대의 이익을 내는 우량 회사여서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안정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투자 결과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주문은 최소 단위인 10주, 호가는 최근 거래되는 시세를 감안해 주당 8만원(액면가 500원)으로 정했다.
주문은 ‘삽니다’ 또는 ‘팝니다’는 게시판에 거래 희망 종목·수량·가격과 휴대전화 번호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전에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야 했다. 충전 최소 단위는 1000원이고, 주문 한 건에 사이버머니 200원이 필요했다.

두 군데 사이트의 ‘삽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무섭게 전화가 연달아 걸려 왔다. 여성 두 명과 남성 한 명이었다. 이들은 “주문을 올린 게 맞느냐. 가격은 얼마로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기자는 “게시판에 쓴 대로 주당 8만원에 사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상대방에서 “잠깐 기다려라. 다시 전화하겠다”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직접 자기 주식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남의 주식을 팔아 주는 브로커(중개인)란 인상을 받았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수량이 10주밖에 안 돼 8만원에는 곤란하다. 1000~2000원이라도 더 내라”고 권유했다. 사는 쪽과 파는 쪽 사이에서 중개수수료를 챙기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한 명이 8만500원까지 흥정을 걸어왔다. 그는 “10주면 5000원을 더 내는 건데 계좌 이체 수수료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가 “알겠다”고 하자 가격 흥정이 마무리됐다. 그는 “잘 선택한 거다. 언젠가 상장할 때까지 갖고 있으면 못해도 지금의 두 배는 받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가장 중요한 절차인 주식과 돈을 주고받는 일이 남았다. 기자가 먼저 주식을 증권사 계좌로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게 거래 관행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 남성은 “증권사와 계좌 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계좌 번호 10자리를 불러 주자 이번에는 “다니는 직장의 대표 전화번호와 소속 부서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로 전화해 신원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두 시간 정도 지나 다시 전화가 왔다. “계좌에 주식을 입고하겠다. 확인하는 대로 돈을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문자메시지로 돈을 보낼 은행 계좌 번호를 받았다. 잠시 후 증권 계좌를 조회했더니 삼성SDS 주식 10주가 들어와 있었다. 가까운 은행에서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80만5000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돈을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예, 감사”라는 답신이 왔다.

장외거래는 당사자끼리 계속 전화를 주고받으며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번거롭긴 했다. 증권사에 주문을 내면 알아서 다 처리해 주는 장내 시장과 다른 점이다.
 
거래 전 주의사항 꼭 읽어 봐야
프리스닥 정 대표는 “장외주식은 부동산 투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개발 잠재력이 있는 부동산을 사 뒀다가 나중에 개발 계획이 나오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장외주식은 개발 대신 상장이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장외주식도 부동산처럼 장기 투자하며 상장 발표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실적이 안정적이고 언젠가 상장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면서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이 유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프리스닥·38커뮤니케이션·제이스톡·피스톡 등 주요 장외시장 사이트들은 ‘1부 종목’이란 이름으로 대기업 관련 주의 시세를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삼성SDS 외에 현대카드·포스코건설·하이투자증권 등 20~30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비상장이라도 대부분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정기적으로 공시 자료를 올리기 때문에 재무제표나 사업보고서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외시장 사이트에선 하루에 2~3차례씩 투자자들이 참고하도록 기준 시세를 제시한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직원들이 나름대로 파악한 시황도 매일 오후 늦게 올려 준다. 올 들어선 삼성생명의 상장 신청서 제출을 계기로 삼성 관련 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46%)인 서울통신기술을 비롯해 삼성광주전자·시큐아이닷컴 등이다. KT씨에스의 상장 추진 소식과 함께 KT파워텔·케이티스 등 다른 KT 관련 주도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다.

장외주식을 거래하기 전에는 각 사이트에서 공지한 주의사항을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특히 상장 전 장외에서 팔 때는 세금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 38커뮤니케이션 엄 팀장은 “장외주식을 판 사람은 증권거래세(거래금액의 0.5%)와 양도소득세(10~20%) 등을 세무서에 신고,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거래 상대방과 협의해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 등 근거 서류를 챙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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