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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여기 것 뜯어 저쪽 주는 건 균형발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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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지방)균형발전이란 여기 있는 것을 뜯어 저쪽에 주는 게 아니라, 잘살 수 있고 기업이 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 경기테크노파크에서 경기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균형은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닌 지역 특화 발전이다” “10개를 나누기만 하면 아무리 나눠도 10개다. 창조적으로 10개를 20개, 30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라고 특정하진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모두 세종시 관련 언급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특히 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은 최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 세종시법의 취지”라고 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에 대한 반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상주’의 예를 들며 세종시 신안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경상도라는 지명이 경주와 상주에서 따왔을 만큼 상주는 과거 크게 흥했지만, ‘시끄러운 철도가 우리 지역을 지나가선 안 된다’고 해 (철도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한때의 결정 때문에 발전이 지체됐다”고 한 대목이다.

그런 뒤 “혹시 우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그때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나, 20년, 30년 후 대한민국이 낙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이념적으로 해석해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늦춰지고, 해야 할 일은 못 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끼리 다투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인식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때야말로 상생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세계와의 경쟁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나라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려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세종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온 이 대통령이 이날 이런 발언을 한 데 대해 주변에선 세종시 여론전의 고비로 보고 있는 ‘설 연휴 민심’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충북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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