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화이트 아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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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본형 블록버스터다. 1백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춤추는 대수사선' 의 스타 오다 유지가 출연했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좋아 이달 초까지 3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화이트 아웃' 은 엄청난 눈보라로 시각이 마비돼 거리.방향 감각을 잃는 것을 지칭하는 기상용어. 제목처럼 영화는 눈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에서 산덩이 같은 눈사태가 헬리콥터를 집어삼키는 장면은 압권이다. 볼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할리우드를 지나치게 의식한듯 장대한 스케일의 화면을 꾸며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관객을 사로잡을 스토리는 떨어진다. 아기자기한 얘기로 작품의 설득력을 높이는 일본영화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주인공 토가시(오다 유지)는 일본 최대의 댐인 오쿠도와 댐의 안전관리요원. 영화는 토가시와 테러리스트의 대결을 그린다.

토가시는 댐을 점령해 인질을 잡고 50억엔의 거액을 요구하는 테러단에 홀로 맞서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다. 아무리 험한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토가시의 무용담은 할리우드 영화 '다이 하드' 를 많이 닮았다.

작은 얘기도 삽입했다. 화이트 아웃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를 잊지 못하는 토가시, 그 동료의 흔적을 더듬으려 댐을 찾았다가 인질로 잡히는 약혼녀, 끝까지 동료의 약혼녀를 구해내려는 토가시의 집념이 중간중간 녹아있다.

테러단의 요구에 안절부절 못하는 중앙 경시청과 위기상황을 기지로 풀어가는 지방경찰의 대조적 모습 등 관료주의에 대한 조롱도 '춤추는 대수사선' 에서 보았던 재미를 의식한 것일까.

하지만 영화 첫 장부터 몰아치는 눈보라, 설원에서의 격돌 등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백색의 향연이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

드라마 PD 출신의 와카마츠 세츠로 감독의 데뷔작. 25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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