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로운 항암제 국내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해 암의 성장과 전이를 막는 새 항암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녹십자와 공동 연구를 벌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의 윤엽 박사팀은 혈관내피세포에 선별적으로 작용해 혈관이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고 혈관내피 세포의 괴사를 촉진하는 '그린스타틴'이란 새 단백질을 만들었다고 12일 밝혔다.

암세포는 스스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 혈관을 만드는 물질을 분비하고 이 혈관을 통해 암세포가 자라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윤 박사팀이 이번에 개발한 그린스타틴은 바로 암세포로 뻗어가려는 혈관의 생성을 차단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물질이다.

윤 박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연구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캔서 리서치' 10월호에 실렸다.

그린스타틴은 특히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좋은 것으로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에서 밝혀졌다고 윤 박사팀은 설명했다.

윤 박사는 "그린스타틴은 기존의 암 전이 억제제와는 다르다"며 "대장암의 간 전이 억제제로 특화해 제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는 그린스타틴의 임상시험을 내년 말께 시작해 5년쯤 뒤에 항암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린스타틴은 인체 내에서 콜레스테롤의 운반을 돕는 '아포리포단백질'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가공해 만들어졌다. 연세대 의대 성진실 교수는 "화학적인 공법으로 만들어진 항암제에 비해 인체를 이루는 유전자에서 뽑아낸 단백질인 만큼 세포 독성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에서 실제 쓰이는 혈관생성 억제제는 미국 제넨테크사의 '아바스틴'이 유일하다. 그러나 아바스틴은 혈압상승.백혈구 감소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