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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23일 삼성화재배 결승 첫 대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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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그동안의 묵은 빚을 한꺼번에 갚고 싶다." (유창혁9단)

"세계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 (야마다8단)

'공격의 명수' 유창혁9단(34)과 '타개의 귀재'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28)8단이 2000년 세계바둑 최강자를 가리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났다.

이 두 사람은 23일 강릉 경포대 현대호텔에서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중앙일보 주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5번기의 첫 대결을 시작한다.

세계대회에서 세번 우승한 유9단은 전력면에서 야마다를 압도한다.

그러나 야마다가 줄기찬 상승세인데 비해 유9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근 1년여 동안 정신없이 내리막길을 탔다.

말하자면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5번기는 큰 산의 꼭대기에서 미끌어지던 유창혁과 저 밑에서부터 땀흘리며 올라온 야마다가 극적으로 조우한 것과 같다.

이번 대회에서 유9단은 대진운이 좋았다. 32강전에선 당시 부진하던 유시훈7단, 16강전에선 김주호초단, 8강전에선 강지성4단, 준결승에선 양재호9단. 마치 국내대회 예선전과 비슷했다.

유9단은 이바람에 무너진 컨디션을 서서히 회복할 수 있었다.

유9단은 지난해 여름 후지쓰배에서 우승하면서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가을의 삼성화재배에서 바로 이번 결승전의 상대인 야마다8단에게 예상외의 패배를 당하면서 끝모를 슬럼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올해 국제무대에선 춘란배.LG배.잉창치배에서 모조리 '단칼' 로 떨어졌다. 국내대회도 지리멸렬이었다.

도전권을 얻은 건 하나도 없고 시드마저도 확보하지 못한 기전이 태반이었다.

유9단은 그러나 마지막 남은 삼성화재배에서 극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컨디션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상대도 만만해 보인다.

이제 유9단은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세가지 묵은 빚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한다.

첫째는 1996년 1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아주 쉬운 수를 착각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우승컵을 내준 한을 푸는 일이다.

둘째는 지난 1년의 부진에 대한 부채를 해결하는 일, 세번째는 바로 야마다8단에게 지난해 당한 패배를 되돌려주는 일이다.

유9단과 맞서 싸울 야마다8단은 1997년 일본 7대기전의 하나인 왕좌전에서 유시훈7단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일본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해엔 용성전에서 우승했고 곧이어 삼성화재배 준결승까지 올랐다가 이창호9단에게 무릎을 꿇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선 원성진2단.박승철초단을 꺾은 뒤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과 서봉수9단에게 연속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처음 꿈에 그리던 세계무대 결승에 올랐다.

유9단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제일의 공격수' 라면 야마다8단은 끈덕진 수비와 타개가 일품이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은 창과 방패의 정면 대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대회 당일 KBS-1TV가 오후 2시부터 생중계하며 세계사이버기원과 삼성화재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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