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노하우] 동성화학 오원석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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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동성화학 오원석(65)회장은 국내 포장소재 산업의 1세대로 꼽힌다.

1970년대 초 와이셔츠를 포장할 때 깃을 세우는 '인서트 칼러' 소재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요구르트.라면.도시락의 용기 등을 포장하는 소재를 잇따라 국산화했다.

吳회장은 섬유.봉제 제품 수출이 활발했던 71년 봉제업체들이 와이셔츠 깃을 세우는 소재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쓰는 것을 보고 플라스틱 포장 소재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이어 손톱깎기.신발.완구 등 다른 경공업 제품으로도 눈을 돌렸다.

포장 없이 제품만 미국.일본 등에 보내면 현지업체들은 포장만 한 뒤 거의 제품 수출 가격 만큼의 이윤을 붙여 팔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포장까지 해서 수출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吳회장은 플라스틱 포장소재를 생산하는데 사업 인생을 걸기로 마음 먹었다.

소재를 생산하는 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일본 등 선진 기계업체들을 찾아다니느라 지구를 다섯 바퀴쯤 돌았다고 한다.

처음엔 핵심 부품만 들여와 설비를 조립했으나 80년대 중반 미국 최대의 포장재 생산 설비 업체인 크로렌과 제휴해 요구르트 등 특수용기의 포장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소재를 통틀어 업계에선 '플라스틱 시트' 라 한다.

언뜻 보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지만 두께를 균일하게 하고 다양한 원료를 배합해야 해 첨단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다.

동성화학은 현재 플라스틱 시트를 생산하는 라인 10개를 보유, 국내 시트의 절반 가량을 만들고 있다.

吳회장은 최근 한국 프라스틱재활용협회장을 맡아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여 발전연료 등을 만드는 설비의 보급에도 나섰다.

서울 도곡동 30평 규모의 본사 사무실 한 쪽에 마련한 1.5평 크기의 공간이 그의 집무실이다.

다음은 吳회장이 밝힌 경영 노하우.

◇ 투명경영을 하면 구조조정도 쉬워진다=외환위기 이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임직원의 30%(50여명)를 감원했지만 사내의 동요는 별로 없었다.

회사가 매출과 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를 공개하고 회장의 씀씀이까지 알리는 등 투명경영을 해온 덕분에 임직원들이 회사 형편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창업 초기에는 일감을 많이 주는 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일감을 많이 주는 업체가 갑자기 거래선을 바꾸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량은 작지만 신용이 있는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 어려워진 고객을 외면하지 말라=93년 우리 회사의 소재를 받아 가공품을 생산하던 업체가 다른 업체에서 받았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회사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 회사도 상당액의 납품 대금을 물렸다.

우리는 해외 플라스틱 소재 업체와 교류가 많아 가끔 플라스틱 가공품의 주문을 받기도 했었는데 그런 일감을 그 업체에 돌려 주고 소재도 지원했다. 지금 그 업체는 우리 회사의 최우량 고객으로 성장했다.

또 포장소재를 만들면서 플라스틱 가공제품까지 만들라는 권유를 종종 받지만 그런 사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소재를 갖다 쓰는 고객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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