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페달도 제멋대로 … 끔찍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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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스커버리 포럼. ‘유년기 창의성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열리던 한 토론회에서 뜬금없이 도요타자동차가 화제에 올랐다. 얘기를 꺼낸 건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사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인 C넷에 따르면 그는 “끔찍했던 경험”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요타의 최신형 하이브리드 차인 2010년형 프리우스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리콜 대상인 모델뿐 아니라 리콜 대상이 아닌 새 모델도 가지고 있는데 새 모델도 가속 페달이 제멋대로”라고 말했다. 그는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잡았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IT 전문가인 그는 결함에 대한 분석도 제시했다. 그는 “정속 주행 상태일 때만 제멋대로인 것을 보면 페달의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3개월 동안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아무도 이를 연구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비단 도요타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자동차에 대해 갖는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CNN은 3일 NHTSA가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 코발트의 전동운전대(파워 스티어링)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작동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은 2005~2009년형 코발트와 2008~2009년형 코발트SS다. 두 모델은 모두 95만 대가 팔렸다.

한편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열흘도 안 돼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도요타의 1월 판매량은 9만8796대로 1년 전보다 16% 줄었다. 도요타의 월간 판매량이 10만 대 이하로 떨어진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포드 판매량은 25%가 늘어 11만6277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포드는 14만6315대를 판 GM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1년 전보다 24%를 더 팔아 도요타 추락의 반사이익을 챙겼다. 반면 기아차 판매량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 자동차 중에선 닛산의 판매량이 16% 늘어나 도요타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로써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7%에서 14.2%로 떨어졌다.

김영훈·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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