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피고인 변명기회 안주고 구속땐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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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불구속 재판 도중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 등으로 변명 기회 없이 구속하던 일선 법원의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尹載植대법관)는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孟모(34.무직)씨가 제기한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재항고 사건에서 "구속의 부당함을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영장을 발부한 것은 위법이므로 무효" 라고 결정했다.

이는 불구속 재판 도중 구속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인권 보호 차원에서 획기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일선 법원에서는 불구속 재판의 피고인이 재판 날짜에 법정에 나오지 않거나 혐의를 부인할 경우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구속하는 일이 많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속의 위기에 직면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법관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변명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천명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孟씨의 경우 영장 발부의 이유가 된 무고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이미 유죄판결이 내려져 사실상 변명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이므로 2심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위법은 아니다" 고 밝혔다.

孟씨는 1993년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폭력과 무고 혐의로 추가로 불구속 기소된 후 특수강간죄의 형기가 만료됐으나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무고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항고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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