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하야 요구…필리핀 총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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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필리핀 역사상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된 가운데 14일엔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총파업이 벌어져 민심이 완전히 에스트라다를 떠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핵을 최종 결정할 상원은 에스트라다의 측근을 신임의장으로 전격 선출, 자칫 탄핵 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총파업〓마닐라의 대표적 번화가인 마카티 거리는 총파업 첫날인 14일 차량통행이 드물어 적막감을 느낄 정도였다.

지난 5일과 11일 에스트라다의 하야를 촉구하는 전국적인 시위에 이어 벌어진 이날 파업에는 노동계와 학생운동권은 물론 보수적인 대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사태도 일어났으나 아직까지 시위대와 군경(軍警)의 충돌은 없었다.

이번 파업은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과 정신적 지도자인 하이메 신 추기경이 주도하고 있지만 민중들이 대거 참여해 지금까지의 시위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1998년 선거 당시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노동계도 "총파업에 참여하지 말라" 는 에스트라다의 호소를 묵살하고 시위대에 합류, 이제 민심은 에스트라다를 완전히 떠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 탄핵 전망〓필리핀 상원은 이날 상원의장을 새로 선출하는 등 탄핵 심판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새로 뽑힌 아퀼리노 피멘텔 상원 의장은 에스트라다의 측근이어서 상원의 탄핵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벌써부터 "상원 법사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준비 중" 이라면서 "12월에나 청문회가 열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트라다 사임을 요구하며 집권당을 탈당했던 프랭클린 드릴런 전 상원의장 등은 "상원의 탄핵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상원은 현재 여당이 8석, 중립 1석, 야당 13석이며 탄핵을 위해선 15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0%가 이미 에스트라다를 신뢰하지 않는다 것으로 나타나 상원이 민심을 거스르고 에스트라다를 비호할 경우 85년 마르코스를 축출한 필리핀의 '피플파워' 가 다시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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